"사행심 먹고 자랄 아이들 생각하면 잠도 안와"
현직교사 "교단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당혹"
"설명회 자리로 일관" vs "학습·주거권 문제없어"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금산 화상경마장 추진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공청회 자리에서 충돌했다.

금산군이 13일 오후 다락원 대공연장에서 '한국마사회 장외발매소 및 레저테마파크 개설 관련 군민공청회'를 개최한 가운데 초반부터 격한 논쟁이 이어졌다.

일부 주민들은 금산군이 의견을 듣는 공청회가 아닌 설명회 자리를 마련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퇴장하기도 했다.

현직 교사라고 밝힌 이정희씨는 "교단에서 아이들에게 화상경마장을 어떻게 설명하고 가르쳐야 할 지 난감하고 슬프다"며 "아이들이 돈을 벌 수 있고 건전한 곳이라고 주장할 때 교사로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이 도박장을 기웃거릴 때 뭐라 얘기해야 할 지, 공부할 필요없이 한탕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아이들에게 성실히 공부하고 피·땀 흘려 일해야 한다고 가르칠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부들부들 떨려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성면으로 귀촌했다는 이준영씨는 "부산 화상경마장 바로 앞에서 살다가 아무데서나 용변을 보고 토하는 사람들이 보기 싫어 금산으로 귀촌했는데 이곳에 도박장이 들어선다니 기가 막힌다"며 "도대체 이런 사업을 금산에서 왜 추진하려고 하는 것인지 안타깝다"고 했다.

금산읍 아인리에 거주하는 신건표씨는 "지역에 뜨거운 감자를 들고 내려왔을 땐, 긍정적인 측면 못지 않게 부정적 측면에 대한 설명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시행사나 한국마사회는 긍정적 부분만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산군이 어떤 희망을 봐서 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인지, 왜 다른 시·군에서는 이렇게 좋고 엄청난 사업에 죽기 살기로 매달리지 않고 반대하는 것인지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금산읍 중도리에 살고 있는 정현순씨는 "화상경마장은 도박장이라는 인식이 보편화 돼 있고 이로 인해 사행성이 조장되고 도박꾼이 양산돼 미래 꿈나무 청소년 교육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다"며 한국마사회측의 대책을 질문했다.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학습권에 대해서는 매년 영향평가를 받도로 의무화 돼 있고, 지난해 6개 지사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학습권과 주거권, 공익권 평가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답변했다. 또한 "자기출입제한제도를 통해 금산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모든 직원을 금산주민들로 채용하고, 학교와 관계없는 교외 지역에 입지를 선정했으며, 교육환경 저해와 관련해선 모니터링을 하며 관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화상경마장 유치를 반대하는 또 다른 주민은 "도박 중독에 대한 우려의 대안으로 출입제한을 얘기하는 것은 허구"라며 "대전에 거주지를 두고 금산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게는 무의미한 대책이고 무엇보다 스스로 신고하라는 허술한 방안은 확실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찬성 의견으로는 "도박장 없애려면 주식시장 없애야 한다. 인삼농사도 그 자체가 도박이다" "모든 산업이 골고루 발달되어야 금산이 산업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그동안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득실 따지기 전에 일단 해보고 평가하자."등의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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