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뻔한 꿈 찾고 늦바람… "무대는 가슴 벅찬 활력"

 

'봄의 설레임 브런치 콘서트'에서 퍼플레인이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I was born to love you (난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죠) With every single beat of my heart (내 심장이 뛰는 순간마다)" 지난 10일 낮 12시 30분 충북도청 주차장에는 전설적인 밴드 Queen의 'I Was Born To Love You'가 울려 퍼졌다. 수준급 보컬과 드럼, 기타, 키보드 연주가 하모니를 이루자 점심식사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던 직원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공연을 지켜봤다.

이날 도청에서 열린 '봄의 설레임 브런치 콘서트'의 주인공은 도청직원들로 구성된 '퍼플레인'이다. 지난 2014년 10월 결성해 올해 6년차를 맞은 이 밴드는 현재 김동화 회장(드럼·공보관실)을 중심으로 이해원 부회장(베이스·총무과), 문철호(보컬·수질관리과), 윤명희(키보드·일자리정책과), 박영빈(보컬·경제기업과), 전우정(기타·사회재난과), 정상준(드럼·영성가족정책관실), 김철우(기타·옥천소방서), 조충현(기타·교통정책과), 최선철(베이스·관광항공과), 김한기(기타·일자리정책과)씨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6년 전 한 술자리에서 시작했다. 김동화 회장은 "학창시절 밴드활동을 했던 경력이 있었지만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 그 꿈을 내려놓게 됐어요. 그러던 중 우연한 술자리에서 멤버들과 악기 뭐 다룰 줄 아는지 얘기가 나왔어요. 나는 드럼 좀 치지하고 너스레를 떠니까 옆에 있던 친구가 난 기타 좀 치는데 라고 맞받아 쳤죠. 그렇게 웃고 떠들며 추억을 나누다 의기투합하게 됐습니다"

밴드로 무대에 선다는 '꿈'을 다시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이들은 술자리 이틀 후 밴드를 결성한다. "초기에는 회원 모집도 어렵고 쉽지 않은 부분이 많았어요. 회원가입 요건은 함께 밴드를 하고 싶은 사람, 악기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전부였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었어요. 도청 게시판이나 메일을 통해 안내문을 발송했지만 회신은 전무했죠. 첫 2개월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한 두명씩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 지금의 퍼플레인이 된 것 같습니다"

11명의 정회원으로 구성된 퍼플레인은 매주 수요일 공연연습을 진행한다. 밴드의 특성상 한명이 빠지면 연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회원 각자 고유의 업무가 있다 보니 한 자리에 모이는 것부터가 쉽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충북도청의 수요일은 '가족과 함께하는 날'이여서 야근이나 회식이 없어 이날 정기연습을 합니다. 물론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이 마음속에 있지만 회원가족 모두가 밴드활동을 응원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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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2~3시간 연습이 전부이다 보니 공연 곡을 선정하면 2~3개월의 연습시간이 필요하다.

"직장인 밴드지만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에게 완성도 있는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회원 모두가 개인일정을 조정하고 연습에 참여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열정 이면에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회원 회비로만 운영하다보니 악기 등 장비구입 예산이 부족하고 연습 공간 확보도 쉽지않기 때문이다.

"회비를 아끼고 아끼면 몇 달에 한번 장비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공연을 하기위해서는 악기나 음향시설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항상 부족함이 있어요. 연습공간도 지금은 중앙초등학교 강당을 대여해 쓰고 있지만 환경이 변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6년간 내공으로 키워온 퍼플레인의 실력은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밴드 이름이 알려지며 도를 비롯한 시·군 공무원 관련 행사에 섭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은 물론이고 시·군과 연계해 정기적인 공연도 더러 진행하고 있다. 또 충북도농업기술원에서 주관하는 반딧불이 축제 등 각종 행사에 초대돼 재능기부를 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도청 콘서트도 고생하는 직원들과 이곳을 찾는 도민들이 힐링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마련됐어요. 특히 이번 공연은 충북도립교향악단과 협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우리 밴드에게는 더 뜻 깊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이날 버즈의 '가시'와 퀸의 'I Was Born To Love You' 두 곡을 선보인 퍼플레인의 공연이 끝나자 삼삼오오 모여든 관객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사무실 동료의 깜짝 변신에 놀란 직원도 있었고 기대이상의 공연에 감동을 받은 이도 있었다. 실제 한 직원은 "점심을 먹고 들어오다 음악 소리를 듣고 이곳을 찾았는데 멋진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며 "실록으로 물든 도청 정원과 밴드의 공연이 아우러져 환상적인 공연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며 실력을 쌓고 싶다는 퍼플레인은 충북 대표밴드로서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퍼플레인이 도청 내 직장인 밴드에 머무는 것이 아닌 충북 홍보대사가 될 때까지 열심히 할 계획"이라는 김 회장은 "많은 직원들이 관심을 갖고 응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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