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홍명섭 청주시립미술관장이 지난달 24일 청주시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홍 관장은 지난해 청주시가 첫 개방형 직위로 전문가를 영입한 첫번째 사례로 미술계 안팎의 관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고 명망에 비해 5급의 미술관장 자리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에 대한 논의는 잠잠해졌었다.

지난해 1월 1일 취임해 1년 5개월이 되는 시점으로 홍 관장의 색깔을 보여주며 지역미술관이 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며 올해 계획도 모두 세워놓은 상황이었다. 그러기에 이번 사표 제출에 대한 의문과 함께 지역 예술인들도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 그는 사직서를 통해 사직하는 이유를 기꺼이 밝혔다.

'관장으로서 책임은 효율적으로 직원들을 이끌고 청주 미술계의 큰 그림을 그리며 일하는 것이었으나 도저히 조정될 수 없는 고질적 몰지각에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미술관의 전문적 특성을 이해하고 지원하기는 커녕 일일이 거론하기도 조잡한 일상적 훼방을 수도없이 목도하였습니다. 수십번의 대화와 설득, 엄한 질책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이라는 특수성에 대해 이해할 뜻이 없는 일부 직원들의 작태는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미술관 운영의 질을 추락시키게 될 것으로 우려합니다. 일련의 사태들에 임하는 공직자들의 태도와 의식들을 돌아볼 때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이 조직을 발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고 청주미술관의 바람직한 장래를 전혀 보장할 수 없기에 사퇴를 선언합니다.'

이것이 그가 내민 사직서 내용이다. 또 홍 관장은 '미술관 내의 트러블로 밖에 인식하고 보고되지 않은 문제의 내막'이라며 진짜 사직 이유를 밝혀오기도 했다.

홍 관장은 지난해 8월 청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 교체 이후 국장이 미술관장을 국장 아래 직급이란 이유로 직·간접적으로 간섭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홍 관장은 "학예직과 관리직으로 나뉘는 미술관 조직에서 일부 관리직이라는 정규 공무원들은 평소 학예사들을 괴롭히고 있었다"며 "그렇지 않아도 턱없이 부족한 학예사 인력인데, 일에 몰입하게 돕기는 커녕 괴롭히는 사태에, 미술관의 특성을 이해시키려고 설득하고 호된 질책도 해 보았으나, 직책을 내세워 학예직이 임기제라는 약점을 잡아 이루 말할 수 없이 방자한 비인간적 망언과 고성, 협박, 굴욕적 폭언으로 수시로 괴롭혀 왔음을 알게 돼 더는 용서할 수 없어 감사팀과 국장에게 진정도 했다"고 전했다.

홍 관장은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관장의 학예직에 대한 편애가 불화를 일으킨 사태처럼 간주되고 말았다"며 "국장은 이 모든게 본인의 죄이고, 본인의 책임이라는 결론을 내주기에 결국 본인은 이 지역 미술계와 시립미술관의 장래를 위한 최후의 수단은 사직으로 밖에 달리 경고할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고 밝혔다.

시가 미술관에 전문직 관장을 선정한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인데 시청의 조직이라고 해서 지나친 간섭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음이 자명하다.

특히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도 아니고 분명한 이유를 밝혔음에도 청주시장은 당사자인 관장을 불러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액션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표 내면 바로 처리해 다른 사람을 앉히면 그만이라는 것인가.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이런 사태를 보고 일각에서는 관장 직급 상향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더 문제가 커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일할 미술관 직원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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