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를 비롯해 전국을 긴장으로 내몰았던 버스파업이 철회·유보로 마무리됐다. 충남과 대전, 청주 등 5곳은 버스노조의 파업 보류로 여지를 남겨놓기는 했지만 서울, 부산 등 파업을 주도했던 지역의 쟁의가 종료돼 전체적으로 일단락됐다고 볼 수 있다. 파업과 대규모 버스운행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해 다행이기는 하지만 뒷맛은 영 씁쓸하기만 하다. 이미 1년여전부터 이런 사태가 예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놓고 있던 정부는 책임을 통감해야만 한다. 또한 이에 걸맞는 뼈아픈 반성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여러차례 보도됐듯이 전국적인 이번 버스파업은 정부의 '주 52시간 근로' 정책에서 기인했다. 근로시간 감축에 따른 인력확보가 필수적인 업계 상황에 맞춰 수급계획을 세우고, 노선 조정이나 공영제 등 경영개선 방안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특례업종에 따른 1년이란 유예기간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쟁의가 예고되었어도 문제해결을 지자체에 미루고, 파업 시작 초읽기에 들어가서야 얼굴을 내비치는 게 고작이었다. 더구나 해결책이라는 것이 모두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이고 보면 책임을 질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이다.

노사간 임금 협상이라는 것은 회사측과 노동자간의 문제인데도 지금의 상황은 지자체가 협상의 중심에 있다. 또한 협상 타결의 전제 조건으로 요금인상이 자리잡고 있다. 결국 근로시간 감축에 따른 소득감소를 임금인상으로 채운 것인데,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른 부담을 온통 국민들에게 짊어지운 것과 다르지 않다. 대안으로 추진되는 버스공영제도 공공성을 내세워 국민 세금으로 버스를 운행하는 것인 만큼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무리하게 일방적으로 시행하면서 생긴 뒷감당을 국민에게 떠넘긴 실패한 정책의 전형인 셈이다.

당장 발등의 불은 껐지만 청주의 경우 버스요금 인상이란 불씨가 살아있다. 앞서 충북의 시내·농어촌버스 요금 인상 방침이 정해진 만큼 남은 것은 인상 폭이다. 업계에서 내놓은 인상 폭을 놓고 공청회 등을 거쳐 연내 결정될 예정이지만 이번 파업으로 조정 여건이 더욱 좁아지게 됐다. 버스기사 2교대 근무 시행과 준공영제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청주시가 수세적인 입장이 된 것은 오로지 정부의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 때문이다. 문제를 푸는데 도움을 주어도 시원찮을 판에 문제를 키우고, 복잡하게 만드는데 정부가 앞장선 것이다.

국민부담으로 틀어막은 이번 버스파업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적 오류에 있다. 버스업계의 특성상 탄력근로제 등 근로의 유연성은 필수적인데도 이를 무시했고, 문제가 드러난 뒤에도 해결에 미온적이었다. 이같은 처리는 다른 업종의 비슷한 사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집단행동 등이 또 발생할 경우 그때도 국민부담으로 떠넘길 것인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놔두고 미봉책만을 일삼다 보면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봉착한다. 언제까지 국민에게 부담만 주는 정부로 남을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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