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김동례 청주공업고등학교

봄은 희망을 담고 새로운 설계를 향해 출발하는 계절입니다. 예전과 달리 기후변화로 온통 미세먼지가 가득한 환경이 때로는 우울하게 합니다.

야생화를 사랑하고 산을 사랑하기에 지친 몸과 마음에 봄기운을 불어넣고자 속리산으로 향했습니다. 몇 해 전 우연히 천왕봉에 올랐다가 내려오던 중 오래된 사찰을 지나게 되었고, 눈부시게 고고한 금빛 복수초를 만났습니다. 그 후 이맘때가 되면 그리운 님을 만나러 가듯 그곳을 찾게 됩니다. 유난히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서 혹시 복수초가 피었다 지었을까 걱정스런 마음으로 예년보다 일찍 올라갔습니다.

늘 오르던 산행이지만 오늘은 꽃을 보러간다는 희망으로 오르막길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상고암에 도착하니 복수초는 기대했던 대로 눈이 부시게 고고한 자세로 저를 황홀하게 했습니다. 이제 막 피어나려는 꽃 봉우리, 잎이 조금 벌어진, 그리고 완전히 만개되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복수초가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환한 햇살 속에 봄바람을 맞으며 이곳저곳에 피어난 복수초를 한참 동안 바라보는 도중 주변을 둘러보던 노스님이 다가와 복수초를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복수초 주변에 작고 작은 돌로 울타리를 쳐 놓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꽃을 좋아 사진에 담느라 어디에 숨어서 피어나올지 모르는 꽃을 사람들이 무심결에 뭉그러뜨릴까봐 염려하시는 모습에… 정말 우리는 자연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답니다.

스님은 꽃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반갑다며 위대한 자연을 소개하시겠다고 좁고 좁은 산길로 앞장서 안내하였습니다. 스님과 함께 찾아간 곳은 뜻밖에도 천년의 수명을 가진 소나무(千年松)였습니다. 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소나무의 굴곡지게 내린 뿌리는 감탄을 토해내게 할 만큼 위대해 보였습니다. 또한 휘어지고 휘어진 붉은 적송의 자태에서 그윽하게 뿜어내는 솔향기는 봄 햇살만큼 편안하였습니다. 유구한 세월 속에 묵묵히 지켜온 소나무! 그런 당당한 위력에 미약한 나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김동례 청주공업고등학교 수석교사
김동례 청주공업고등학교 수석교사

산이 가진 많은 것들은 항상 나의 스승이 됩니다. 오늘따라 계획에 없던 많은 것들을 덤으로 받아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고 하산하는 발걸음은 감사한 마음과 겸손을 일깨우는 마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알록달록 예쁜 꽃들과 어우러진 연두 빛 새 순! 봄이 가져다주는 신비로운 현상은 마치 처음 교단에 서는 신규선생님들과 같습니다. 그들도 경력교사들과 더불어 교단에서 튼실한 뿌리를 내릴 수 있기를 우리 모두 서로 바라보고 응원하여, 우리의 교육현장이 천년의 모진 풍파를 견뎌온 소나무처럼 열정과 감동이 그윽하기를 염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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