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현재 대학입시에서 정시전형은 약 20% 정도다. 나머지 80%가 수시전형이다. 수시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수시와 정시비율은 비교적 균형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수시전형이 대세가 되었다. 수시모집에서도 수능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일부에서는 모든 대학입시를 수시로 선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다. 수시전형이 늘어날수록 입시정의가 실현된다고 한다.

이런 주장이 타당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수시전형이 확대될수록 입시정의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수시가 도입된 이래 입시의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단박에 알 수 있다. 매년 수시전형에서 되풀이되는 가장 큰 문제는 불공정 문제다. 가장 근간이 되는 학교생활기록부를 '학교생활소설부'로 부르는 학생들의 말에 답이 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될성부를 소수의 떡잎을 위해 몰아주기 식으로 적용되는 교육프로그램, 몇 명을 위해 다수가 들러리가 되어야 하는 현실, 말로는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하지만 교육현장은 정반대로 간다.

이 뿐인가. 맞춤형 교육이란 이름의 수시 입시지도는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밀한 컨설팅을 받아가며 고등학교 3년 내내 이루어진다. 이력관리는 필수다. 내신경쟁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더 없이 치열하다. 수시 전문학원에 가서 자신을 포장할 수 있는 다양한 목록과 스펙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도 부모도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 이런 정도는 그렇다 치자.

더 큰 문제는 수시입시는 학생 당사자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스스로 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 현재의 수시입시는 부모가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실제로 그렇다. 수시 입시부정을 보면 거의 부유층들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직업군들이다. 지금까지 그랬다. 미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유명 연예인들과 CEO들이 재력을 동원하여 자녀들을 아이비리그에 합격시켰다. 그것도 760명이나 연루되었다.

[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사교육 문제는 어떨까. 수시전형이 확대되면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수시전형 확대론자들의 주장대로 되었을까. 이 역시 전혀 그렇지 않다. 앞서 지적했듯이, 수시비중은 80% 이상으로 늘었는데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0만원에 이른다. 일반 학원에 보내는 학원비 지출이다. 실제로 수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숨어 있는 컨설팅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 수 없다. 미국도 수시입시를 두고 대외활동 경력과 에세이 준비 등을 위한 거대한 사교육 시장이 존재한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수시전형의 원조 국가인 미국에서 조차 수시입시는 빈부격차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루어지는 불공정한 경쟁이란 것이다. 이런 입학을 '옆문 입학', '뒷문 입학'이란 말로 비판했을 정도다.

제도가 복잡해질수록 편법이 들어설 개연성이 커진다. 정시전형은 수능을 기반으로 하는 가장 단순한 전형이다. 우리는 발밑에 답을 두고 너무 멀리서 찾고 있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누가 뭐래도 학생부 기반의 수시전형은 문제가 많고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은 한 마디로 '입시정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공부한 결과가 가장 정직하게 반영되는 전형은 수능기반의 정시전형이다. 공부한 만큼 그 결과가 그대로 공정하게 반영되는 정시비중을 더 넓혀야 한다. 현재 상태 이대로 가면 우리 사회에서도 '정시전형 정문입학', '수시전형 옆문입학'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소한 정시전형을 수시전형과 비슷하게 비율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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