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이자 변수인 영원한 예술언어
21일~30일 작가 10명의 눈·정신 이야기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청주대학교 청석갤러리가 21일부터 30일까지 '진화하는 예술언어, 회화(Evolving Art Language, Painting)'를 주제로 관객을 초청한다.

이번 전시 참여작가는 허수영, 고헌, 박영학, 이충우, 신현정, 양유연, 하지훈, 정석우, 김효숙, 전병구 등 10명이다. 전시 기간중에는 휴일 없이 운영한다.

이 전시는 상수로서의 혹은 변수로서의 회화를 통한 작가들의 눈과 정신의 이야기를 다룬다. 최정주 제주도립미술관장이 분석한 작가들의 특징을 살펴본다.

고헌이 제시하는 '회화'는 여러 면에서 '회화의 고전을 깬 회화'다. 지극히 독자적인 방식으로 형식이 다르며 내용도 구상으로든 추상으로든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되는 변이를 일으킨다. 말하자면 고헌의 회화는 회화의 광의적 고유성을 비틀고 탈피해 개인의 고유성을 추출한 셈이다.

신현정의 회화는 작가 자신이 삶 속에서 경험하는 느낌과 감각, 정서에 대한 채록이다. 2차원의 회화세계를 실재 공간으로 확장하거나 실재 공간을 넘어서는 인지와 정신의 차원으로 파고들게 한다. 상태 변이를 하는 듯한 캔버스의 수록물들은 마치 순간의 경험들을 다시 올록볼록하게 부풀려 물렁물렁한 실존이 되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양유연 작 허수아비2, 장지에 아크릴릭, 97x130cm, 2015
양유연 작 허수아비2, 장지에 아크릴릭, 97x130cm, 2015

양유연의 회화는 사회적 현실과 개인의 현실이 어긋나고 비껴서 있는 미묘한 지점들을 들춰낸다. 거대 공포로 물들여졌던 20세기의 사회현상 위에 경제적 탈영토화와 혼성문화의 맹목화가 잠입한 21세기의 사회구조는 개인의 존재 가치를 부각하면서도 그 이면에 불안과 불신, 불화, 불협, 불확실성의 그림자마저도 길게 늘어뜨리고 말았다.

이충우는 창작자가 행하는 예술의 재현 방식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행보를 통해 예술의 생산과 재생산의 가치를 드러내는 창작태도를 보여준다. 예술가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작품으로 구체화되는가라는 화두에 대해 이충우는 그리기와 쓰기, 말하기 등으로 일차적인 예술의 창제작 행위와 그 결과를 생산한다.

그에 반해 전병구는 주변의 여러 대상들이 보내오는 시그널을 받는 입장이다. 그에게로 와 닿은 의미들의 신호에 대해 작가는 그 장면을 채집하고 추출하는 것으로 우선 반응하지만, 그에 대한 화답으로 그리는 그림은 원래의 의미나 표상했던 이야기가 사라지고 전혀 새로운 감성과 조형성을 지닌 것으로 재탄생한다.

허수영의 회화는 시간과 공간이 자아낸 풍경들이 쌓이고 쌓인 이미지의 퇴적층과 같다. 현실의 모든 존재들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섭리에 따르듯이, 허수영의 회화에서도 대상은 생성과 소멸의 순환 구조에 순응한다.

박영학의 정원 연작은 전통 수묵화의 매체와 기법, 미의식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현대 수묵화의 진화된 양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는 오래 즐기고 싶은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결코 멀리 있는 광대한 산야에서, 혹은 아름다움을 뽐내는 순간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분명하게 찾을 수 있음을 단언하는 듯하다.

김효숙 작 파란방 145×145cm Acrylic on canvas 2018
김효숙 작 파란방 145×145cm Acrylic on canvas 2018

김효숙의 회화는 현대 문명, 사회 구조, 인간 실존의 카테고리 사이에서 야기되는 욕망, 파괴, 결핍, 상실, 소외, 불안, 혼돈과 같은 수많은 부작용적 요소들을 폭로한다. 또한 이 연작에는 이전부터 줄곧 천착해온 주제, 즉 도시개발의 명목 하에 자행돼온 건설과 파괴의 현장을 좇아 온 작가의 고발의식이 고스란히 투사돼 있다.

하지훈의 'gemstone isle'은 말 그대로 원석으로 이뤄진 섬을 그린 그림이다. 순도 100%의 원석들이 저마다의 고유색을 발광하며 화려하고도 감각적인 자태로 인간의 물욕을 자극하는 듯, 혹은 물욕 그 자체를 상징하는 듯 매우 유혹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다시 제목을 상기하자면, 그것은 '돌섬'일 뿐이고, '그림'일뿐인 것이다.

정석우 작 upliftwind2 oil on canvas 200 x 145cm 2018
정석우 작 upliftwind2 oil on canvas 200 x 145cm 2018

정석우는 세상의 현상과 흐름, 변화를 자신의 내면 깊숙이 담갔다가 캔버스 위에 순수한 조형언어로 펼쳐놓는다. 그의 회화는 색 그 자체이며 색으로 면을 이루고 형상을 이룬다. 그의 그림은 색이 통역하는 세상의 현상과 흐름과 변화인 것이다.

최 관장은 "이상 10명의 작가가 저마다의 눈과 정신으로 구현한 회화세계는 다채롭고도 경이로운 것이었다. 회화의 진화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고유한 차원에서 n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는 회화는 인간의 예술언어로 영원할 것임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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