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단서로 끈질긴 수사·베테랑도 못하는 일 '척척'

양태영 형사가 청주상당경찰서 치안게시판 앞에서 신뢰받는 경찰이 될 것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동빈
양태영 형사가 청주상당경찰서 치안게시판 앞에서 신뢰받는 경찰이 될 것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문(文)무(武)를 겸비한 형사, 범인을 잡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에 따른 법리 검토·판례 분석을 통해 사건을 바라봅니다. 20~30년 된 베테랑도 못하는 일들을 척척 해내니 상관으로서 놀랍고 뿌듯할 뿐입니다"

이는 청주상당경찰서 양태영(경사·강력3팀) 형사에 대한 차상학 형사과장의 평가다. 수사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차 과장이 갖은 미사여구를 사용해 후배를 칭찬하고 나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지난 2005년 경찰생활을 시작한 양 형사는 올해 1월 상당경찰서 형사과 강력3팀에 둥지를 틀었다.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5년간 근무했지만 일선서 강력팀 생활은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부임 후 주요사건을 도맡아 해결하며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나갔다.

"상당서로 자리를 옮기고 얼마 후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소매치기 사건이 발생 했어요. 장사하시는 분들 매대에서 현금을 슬쩍하거나 지나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지갑을 훔치기도 했죠. 시장 CCTV를 보니 상습범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런 경우 도주에도 능하기 때문에 초동수사로 용의자를 특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양 형사를 비롯한 강력3팀은 이 길로 도주경로 CCTV 분석에 들어간다. 하지만 동종전과 25범이었던 A(54)씨는 수백미터를 걸어서 이동하거나 중간 중간 모자나 옷을 바꿔 입는 등 나름 경찰추적 피하기의 달인이었다.

"일반적으로 범인 100m 동선을 파악하는데도 몇 시간이 걸립니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A씨가 CCTV를 의식하며 도주할 경우 이를 찾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여의 추적으로 최종 행선지가 가경동인 것을 확인한 양 형사는 범행발생 보름여 만에 범인을 검거하게 된다.

"택시를 타고 이동한 것을 확인하고 CCTV에 찍힌 택시광고판을 단서로 운전기사를 찾아다녔어요. 회사 도움을 얻어 단체문자 등을 보내고 그맘때쯤 승객을 태웠다는 기사를 찾는 거죠. 다행히 기사님께서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기억하고 있어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됐습니다"

검거 당시 A씨는 경찰의 끈질긴 수사력에 감탄해 "이제 이 짓도 못해먹겠다. 이렇게 도망가도 잡히네"라며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양형사의 활약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마약관련 수사에서도 빛났다. 지난 3월 경기도 평택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마약을 한 30대 남성을 붙잡은 것이다.

"청주에서 마약을 판매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들어갔어요. 마약을 구매할 것처럼 상대와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접근을 했는데 마약판매자의 경우 의심이 굉장히 많습니다. 장소를 수시로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해도 몸을 숨기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강력3팀은 접선직원과 검거팀으로 나누어 범인에게 접근, 범인의 행선지 변경요구에 대응하며 추적을 이어갔다.

"범인의 돌발행동으로 주변 시민들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범인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장소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제된 상황 내에서 검거작전이 들어가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지난 3월 16일 청주시 상당구 용암광장에서 붙잡힌 B(37)씨의 실제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차량에서는 대마와 마약흡입 기구가 발견돼 압수되기도 했다.

"당시 지니고 있던 하얀 가루는 사탕을 갈아서 만든 가짜마약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수사관들은 실제 마약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B씨가 지나온 동선 등을 샅샅이 뒤지며 숨겨진 마약을 찾기도 했습니다"

마약사건의 경우 실제 마약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공급책을 찾아 검거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수사가 장기화되기 마련이다. 이에 강력3팀은 지금까지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양 형사의 이러한 꼼꼼한 수사는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시절에도 유명세를 떨쳤다.

지난 2016년 스포츠토토에 대포폰이 이용됐다는 첩보를 입수, 별정통신사를 이용해 30~50여대의 대포폰을 판매해온 피의자를 검거한 것이다. 당시 판매된 대포폰이 보이스피싱·성매매 홍보·대출 홍보 등에 활용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구매자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또 2017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료 부당수급이 의심되는 한의원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수사에 착수, 해당 한의원이 사무장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한의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침을 놓는 등 의료행위를 해온 것이다.

하나의 단서에서 시작해 범인의 여죄를 모두 밝혀내는 양 형사의 모습을 통해 그의 태도와 성품을 짐작할 수 있다.

"형사들에게 가벼운 사건과 무거운 사건의 구분은 없습니다. 단순 절도사건이라도 범인의 행위가 시민에게 발각되면 폭행이나 살인 등 강력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 하나 소홀함 없이 수사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양 형사는 이러한 자세는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서내에서 후배 경찰들의 교육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후배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은 훌륭한 선배 경찰분들이 채워주시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겸손한 답변으로 자신의 공을 주변에 돌리던 양 형사는 경찰을 대표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경찰수사에 있어 시민의 협조가 절대적입니다. 일선 형사들이 가장 힘든 부분이 CCTV 확보인데 대부분 시민분들은 협조해주시지만 공개를 꺼려하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이럴 경우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고 법원으로부터 발부받는 절차를 거쳐야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실제로 영장을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CCTV 주인들께 읍소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양 형사는 현장을 뛰는 경찰들의 애환을 전하며 인터뷰 중에도 수사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고 있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