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최용현 변호사·공증인

우리지역 정가(政街)만큼 고령화, 관료화, 보수화가 심각한 곳도 없을 것이다. 오랜 기간 우리지역을 대표했던 정치인인 이시종 지사, 한범덕 시장과 변재일, 오제세, 정우택 의원은 모두 중앙 고위관료 출신이다. 그러나 물리적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내년 총선 시즌이 되면 이들은 모두 70세를 넘기거나 그에 다다르게 되어, 이들은 모두 교체와 퇴장 압력에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봉착할 것이다. 그러하기에 내년 지역 총선에서의 최대 키워드는 세대교체가 될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세대교체란 비단 나이만의 변화만을 내포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대 조류의 등장도 내포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흐름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지역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며 정치활동을 한 풀뿌리 정치인들의 등장이다. 내년 총선 도전 의사를 숨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내보이는 인사들로는, 민주당에서는 장선배 도의장, 이장섭 부지사, 이광희 전 의원, 유행렬 전 행정관, 김형근 사장 같은 이들이 있고, 자유한국당에서는 황영호 전 시의장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60년대 출생, 80년대 학번, 충북대 출신, 지역 토착 정치인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중앙 고위관료 출신과 지역 풀뿌리 출신간의 경쟁은 모든 지역구에서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년 총선에서는 제3세력의 등장도 예상된다. 거대 양당정당 외에 소수정당인 바른미래당의 김수민 의원,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이 이미 청원구와 상당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둘은 비례대표이지만, 중앙 무대에서의 존재감이 지역구 정치인들 이상이고, 이미 지역내에서도 어느 정도 조직을 갖추고 앞서서 열정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아직은 무소속인 신용한 교수도 조만간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다. 더불어 여성 정치인들도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도전자로 등장할 것 같다. 김수민 의원 외에도 김양희 전 도의장, 천혜숙 교수 등도 응당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세대교체의 흐름에 대하여 기득권자가 순순히 자리를 내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기득권자와 같은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 인물들도 도전할 것이다. 중앙 고위관료 출신의 윤갑근 전 고검장과 지역 고위관료 출신의 정정순 전 부지사, 여러 번 출마했던 최현호 당협위원장, 오성균 변호사 등도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과거의 권위주의 정권에서처럼 정치적 세대교체를 인위적으로 할 수도 없고, 임박한 목전의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강박감은 모든 정당들로 하여금 세대교체의 전략적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래서 예상컨대 내년 총선에서의 세대교체는 녹록치 않을 것이다. 더불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세대교체를 선택할지도 의문이다. 우리 지역의 타지역 못지않은 연고주의, 명문대 학력과 고위직 경력에 대한 과도한 선호 때문이기도 하고, 양대 거대정당의 견고한 힘 때문이기도 하고, 힘 있는 다선의 의원으로 키워달라는 구호의 경쟁력 때문이기도 하다.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공자는 "其人存則政擧, 其人亡則政息"이라고 했다. '제대로 된 사람'이 정치를 해야 정치가 살아나고, 그렇지 않으면 정치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꽃이 피고 지고, 새 생명이 태어나 늙고 종국에는 사라지고, 그리고 다음의 생명이 시작되는 것처럼, 자연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된다. 그러나 인간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또한 자연은 '제대로 된 것'으로 저절로 진화하지만, 인간사회는 '제대로 된 사람'을 인위적으로 선택하여야 하기에 언제나 어렵다. '제대로 된 사람'을 선택하여야 하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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