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서(投書)와 제보(提報)의 '양면성'
투서(投書)와 제보(提報)의 '양면성'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9.05.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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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민우 사회경제부장

"청주시청 모 팀장이 직무관련 업체와 골프회동을 했다. 모 팀장이 특정업체에 상당액을 몰아주고 있다. 모 팀장은 일을 하지 않는데도 매번 초과근무를 찍는다."

이처럼 청주시청을 비롯해 일선 시·군 공직사회에서 투서(投書)는 끊이지 않는다.

투서 주체는 외부 민원인일 수도 있고, 내부 동료일 수도 있다. 투서, 민원, 제보는 거의 대부분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기관에 접수된다. 때문에 악의적이거나 특정한 목적 달성을 위한 음해성 여부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 투서와 제보 등은 공직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청렴한 공직문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동료들 간 불신을 초래해 조직융화를 저해하는 부정적인 측면 등 양면성이 내재돼 있다.

특히 취재기자와 언론사에는 공직사회와 그 구성원에 대한 제보(提報)가 이어진다. 제보자가 당한 부당함과 억울함을 풀어주고 궁극적으로 사회정의를 바로잡자는 게 해당 제보를 기사화하는 목적이다.

'투서와 제보'의 핵심 배경은 '이권(利權)'의 배제에 있다. 조직의 이권확보에 충실했던 제보자가 이권의 중심에 서지 못한 경우에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경합에서 배제당하고 억울한 누명이 씌어져 '파이'를 놓쳐 불만이 표출되는 것이다. 못 먹는 감을 아예 없애 버리려 하는 검은 속내를 철저히 공공성으로 위장하려 시도하는 것이다.

이처럼 폭로나 고발은 기본적으로 약자의 언로(言路)이자 권리보호 수단이다. 강자나 권력 기관은 힘으로 억눌러 감추거나 입을 막으면 그만이나, 약자는 딱히 하소연 할 데가 없다. 부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투서나 내부고발(공익신고), 제보 등이 소외계층·소수자·사회적 약자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이 되다시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직 내부 비리와 사회적 불법을 척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폭로나 고발이 언제나 긍정적인 역할로 이어지진 않는다. 대부분 사회의 투명성 제고에 기여해 온 파수꾼 역할을 부인할 수 없지만, 때론 애꿎은 피해자를 낳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더욱이 현대 사회에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파급력과 그 확산 속도는 부작용의 위험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 청주시의 경우 투서와 민원은 근평기간과 인사철에 집중된다. 인사를 앞두고 비위나 부적정한 업무 처리에 대한 민원이 급증하는 것이다. 특정인을 상대로 수차례 같은 민원이 접수되기도 한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부장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부장

투서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직사회에 대한 그물망식 모니터링을 통해 청렴한 공직문화를 구현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본질을 벗어난 무분별한 투서, 민원은 행정력 낭비는 물론 불신의 싹이 될 수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 음해와 공익제보의 기준이 모호한 각종 투서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서가 나쁘다고만 규정할 수 없지만, 악의적 민원이나 제보는 조직의 융화를 저해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한다. 조선의 제3대 임금 태종(太宗)이 백성들의 고충을 직접 해결해 주기 위해 궁궐 밖 문루에 설치했던 '신문고'(申聞鼓)나 그 정신을 이은 격쟁(擊錚)이 이런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열 명의 범인을 놓쳐도 한 명의 무고한 범인을 만들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조직과 사회발전을 위한 폭로나 고발이 변질되고 있는 부분은 없는 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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