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염승규 옥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정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되는 기념일이 많은 가정의 달이다.

하지만 어느 사이인가 가정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포근한 느낌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뉴스나 각종 언론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정폭력, 학대 등 여러 범죄들이 가정 내에서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과거에는 단순한 집안일로 생각하기 일쑤였던 가정 내 폭력은 시간이 지나고 사회의 전반적인 의식의 변화에 따라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 실태조사 통계를 보면 우리 주위에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비율은 45.5%에 달한다. 그중 주위에 도움을 구하는 경우는 1.8%에 그치며 가해자가 구속되는 경우는 1%로 파악 되었다. 그로 인한 사회적비용 또한 사법체계, 의료비용, 사회서비스 등을 거치며 엄청난 금액에 달한다.

가정폭력을 담당하는 경찰관으로서 가해자를 조사하다 보면 집안내의 일이니 본인이 알아서 책임지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홧김에 가정내 물건을 부수어 입건된 경우 '내 물건을 내가 부수는데 무슨 범죄가 되느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염승규 옥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집안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욕설이나 폭력을 행사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고, 집안내 물건이라 해도 부부간 공동소유물인 이상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는 것을 설명하고 나서야 잘못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 사건을 처리하면서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가장 먼 사이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 볼 때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사람의 행복과 모든 가치추구는 가정에서 시작 한다.

나와 함께 구성원들이 모여 지내는 가정이야말로 더 큰 세상에서 뜻을 펼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보금자리인 것이다. 서로를 신뢰하며 사랑하는 가정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나아가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성숙한 시민으로서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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