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세먼지 대란을 겪으면서 지역 최대 현안으로 폐기물처리 문제에 직면한 청주시가 관련 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련 업체들의 신규·증설 제한 등 처리시설에 대한 행정규제에 나섰다가 법적 다툼에서 잇따라 패소한 것이다. 청주권이 전국 최고의 폐기물 처리시설 밀집지역인 만큼 뒤늦게라도 이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송에서 거듭 패하면서 실질적 효과도 못 거두고 행정비용만 낭비하는 꼴이 됐다. 문제는 잇단 패소의 주요 원인이 부실한 행정처리 때문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손쉬운 허가단계에서의 차단에 실패한 것이다.

지역 환경단체가 청주시의 미숙한 대응을 질타할 정도로 시의 처리는 빈틈 투성이다. 어설픈 이유로 규제하고 준비부족으로 승소 가능성을 걷어찼는가 하면, 행정처분을 미루는 잘못으로 허가를 내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폐기물 시설에 대한 행정규제를 강화한다 해놓고 스스로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는 지역에 위치한 폐기물 처리업체의 대전지역 대형폐기물 처리를 막고자 했으나 이에 대한 행정처분 역시 무위에 그치게 됐다. 법원이 업체측의 집행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인 것인데 행정소송이 끝날때까지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청주시의 폐기물처리시설 문제 해결 의지마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부족한 소신과 잘못된 법리해석 등 내부적인 문제도 크지만 앞으로 부딪힐 폐기물처리 관련 상황들이 더 복잡하고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난 21일 내려진 대전 폐기물 반입 허용은 이전의 폐기물처리업체 건과는 다른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지자체 경계를 넘어선 폐기물 처리의 대책을 묻고 있는 것이다. 환경에 무해하다는 전제가 당연히 있어야겠지만 폐기물 배출지에서 처리가 안되거나, 비효율적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매립으로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도입된 '쓰레기 발전소'도 비슷한 고민을 확인시켜 준다. 전남 일부와 광주 생활쓰레기까지 처리하기로 한 나주의 경우 다 지어놓고도 시설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환경 문제가 표면적 이유지만 기본적으로 '폐기물(쓰레기) 처리는 배출지에서 직접'이란 원칙에서 비롯됐다. 주민 동의는 커녕 아무런 협의도 없이 시설을 건립·가동한 것이 원인이지만 매립이 해결책이 아닌 상황에서 타 지역과 연계된 처리방안도 찾아야만 한다. 필리핀에서 되돌아온 제주시 폐기물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처리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거와 매립 등 일차원에 그쳤던 폐기물처리 행정은 이제 역사속에 남게 됐다. 수집·분류는 기본이고 재활용·소각·매립 등 다각적인 처리과정이 요구되며, 환경영향 검토는 필수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주민동의는 더 어려운 문제다. 폐기물처리업체가 밀집된 만큼 이와 관련된 청주시의 행정수준도 향상돼야 한다. 주민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면 아무리 밤샘작업을 하더라도 비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문제가 생기면 소송으로 가고, 여기서 지면 그만인 행정이 계속 되어서는 안된다. 달라진 수요에 맞춰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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