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김진욱 충북과학고등학교 교사

우주에는 별과 별이 아닌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중 별이 아닌 물질, 즉 성간물질에는 수소가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소는 별을 만드는 주재료로 먼지와 함께 모여 성운을 형성할 수 있는데 바로 이곳에서 별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별의 탄생 과정은 사람들이 모여 삶의 터전을 일궈내는 과정과 매우 유사합니다.

최초의 삶의 터전은 어떻게 구성되었을까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A가 정착을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처음에는 채집과 사냥을 했을 것이고 점차 경작으로 경제활동이 변화했을 것입니다. 경작을 한다는 것은 생산에 대한 계획이 반영된 것이고, 생산을 했다는 것은 한 장소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B가 찾아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이미 황무지가 개척된 상태이므로 다른 곳 보다 생산을 시작할 때 유리해 보였고, 무엇보다도 물물교환이 가능한 A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B 역시 경작을 시작했고, 생산해 낸 곡식 또는 과수 일부를 A와 교환하기 시작했습니다. C와 D는 각각 대장장이와 목부인데 경작이 이루어진 이곳을 보고 터를 잡기로 마음먹습니다. C는 A와 B에게 농기구를 팔고 싶었고, D는 A와 B에게 소를 빌려주어 그들의 생산성을 높인 대가를 받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A, B, C, D가 살아가는 터전에는 계속해서 E, F, … , Z 등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이곳에 정착한 그들 모두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여 점점 생동감 있는 삶의 터전으로 진화되어 갑니다.

이렇듯 A, B, C, D, …, Z는 서로 알고 있는 사이도 아니지만 무언가의 '끌림', 특히 경제활동에 의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했고, 매우 강한 '끌림'으로 뭉쳐져 '삶의 터전'을 형성하였습니다. 별의 탄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끌림'은 수소가 '인력'에 의해 뭉치는 것을 의미하고 이렇게 뭉쳐진 '삶의 터전'은 '성운'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삶의 터전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그들만의 삶을 영위하듯, 성운에서도 수소 인력에 의한 중력수축에너지로 점점 내부의 온도가 상승하여 원시별을 탄생하게 합니다.

하지만 성운에서 항상 별이 탄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력수축에너지가 작으면 내부 온도가 충분히 높아지지 않아 핵융합반응을 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별(항성)'이 탄생할 수 없는 것이지요. 삶의 터전을 구성하는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사람들의 의욕이 넘치고 열정이 가득한 터전과 그렇지 못한 터전은 분명 에너지가 다르며, 이는 터전의 존폐여부를 결정합니다.

김진욱 충북과학고등학교 교사

린치핀(linchpin)은 마차나 자동차의 두 바퀴를 연결하는 쇠막대기를 고정하는 핀으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꼭 필요한 존재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만들어진 원소로 구성된 우리는 린치핀처럼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성장할 수 있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자신만의 능력을 갖고 있는 A, B, C,…, Z와 같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면 변화 무쌍한 세상을 예측 가능한 세상으로 바꾸어 능동적으로 살아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A1, A2, A3 … 와 같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이미 지나간 길을 따라가려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회, 회사, 학교의 시스템이 린치핀으로 성장할 우리를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삶의 터전은 다양한 매력을 띤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 발전하고 성장할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터전이 사람 냄새가 나고 생명력이 넘치려면 우리 내면의 개성과 예술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를 구성하면 어떨까요? 별들이 찬란한 우주를 구성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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