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근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인사들의 막말행태는 도를 넘어 멀미가 날 정도다. 끝없는 막말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동양식이 참기 힘들다. 여야가 합의했던 선거법 개정안과 국민의 70% 이상이 찬성하는 공수처법안을 패스트 트랙에 올리는 과정에서 동물국회를 연출하더니, 이제는 '좌파독재'를 외치며 거리로 나갔다. 추경예산안과 수많은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를 뛰쳐나가, 주요 도시를 돌며 패스트트랙 법안 무효를 주장하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민생행보'를 내세워 장외투쟁을 한다. 그 과정에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로 대통령과 청와대를 욕하고 있는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연설에서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하더니, 황교안 당대표는 '좌파독재'라 비난하고, 이어서 나경원 대표가 대구에서 생소한 '달창'이라는 말로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임을 공격해 여성계를 비롯한 많은 이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그에 앞서 6선 김무성 의원은 4대강 보 해체 반대집회에서 "4대강 보 해체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 문재인 청와대를 폭파시켜 버리자."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를 내란죄로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게시판 청원이 불과 사흘 만에 20만을 넘겼다.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TV에 나와 대통령을 '한센병자'에 비유하기도 했다.

가장 압권은 인천에서 행한 황교안 당대표의 '김정은 대변인 짓' 막말이다. 앞서 대통령이 5·18 기념사에서 독재자의 후예 아니면 누구도 5·18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한 것에 대해, "독재자의 후예인 김정은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고 오히려 '김정은 대변인 짓'이나 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몇 시간 후 이에 대한 질문에 자신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어 당대변인이 나와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스스로 독재자의 후예를 자처해 5·18을 부정하고 있음을 자인한 것도 우습거니와, '김정은 대변인 짓'이라는 말로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저급하기 짝이 없다.

이와 같은 한국당 인사들의 막말 쇼로 시끄러운 정치판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한국당이 '좌파 독재'라는 말로 청와대를 공격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독재'라 하면 이승만의 장기 독재와 박정희, 전두환의 군부독재로 각인돼 있지 않은가. 70~80년대를 회상해 보라. 어디 가서 비판하는 말 한 마디 못하는 세상이 아니었던가. 쿠데타로 탈취한 권력으로 국민들을 옥죄고 억눌렀던 것 아닌가. 지금은 너무 자유스러워서 상식 이하의 언사를 함부로 지껄여도 규제하지 못하지 않는가. 자신들의 뜻과 다르다고 해서 '독재' 운운하며 거리로 뛰쳐나간 이들을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다. 

고학력에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그런 언사와 행동이 잘못된 것을 모를 리 없다. 알면서도 하는 것은, 그렇게 해서 자기 진영 사람들이 따라올 것을 기대하고, 그렇게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는 것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안중에 두지 않은 행동이다. 그러나 막말은 또 다른 막말을 낳고,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당장은 그런 말에 공감하는 이들이 뭉치는 것 같지만, 훨씬 더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켜 부메랑이 될 것이다. 지난 22일 종료된 한국당 해체 촉구 청와대 게시판에 역대 최다인 청원인 183만명이 이를 증명한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한국당은 여당에게 패스트트랙 사과와 철회를 요구하며 등원을 거부하고 있지만,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무조건 국회로 돌아가 여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민생법안을 심의 의결해 기대에 맞는 결론을 도출하라. 그것만이 국민의 뜻에 부응하고 스스로 사는 길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