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명성 뒤로한 '성소동' 알짜배기로 뜬 '연수동'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충주지역의 상권 지도가 근본적으로 뒤바뀌고 있다.

오랜 기간 충주지역의 중심상권으로 자리잡아온 원도심지역이 쇠퇴하는 대신, 택지지구 개발과 대규모 공동주택 건설에 따라 새로운 상권들이 부각되고 있다.

기존에 자리잡고 있던 상가들이 신흥상권을 찾아 떠나면서 직격탄을 맞은 원도심지역은 좀처럼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반면에 신흥상권으로 부각되는 곳은 소비성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호황을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권 지도가 바뀌는 이유로 무엇보다 현대인들의 주거패턴이 단독주택에서 공동주택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있다.

대수정다리에서 제 1로터리, 제 2로터리로 이어지는 도로변은 과거에 충주 최고의 중심상권이 형성됐던 곳이다.

복합영화관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극장과 아카데미극장, 한일극장 3개의 극장이 모두 이곳에 몰려있었고 오랫동안 충주의 최고층 상가로 명성을 유지했던 중원빌딩도 이곳에 위치해 있다.

이 도로에 둘러싸인 성서동 일대는 2000년대 초반까지 충주의 대표적인 중심상권으로 자리잡았던 지역이다.

젊은이들이 몰리던 '차없는 거리'와 현대타운, 한양프라자 등 대형 쇼핑몰이 위치한 이 지역은 한동안 최고의 상권을 형성하며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개발된 연수택지지구에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원룸이 신축되면서 자연스레 충주지역의 중심상권이 성서동에서 연수동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아파트와 원룸 신축으로 유입인구가 늘어나고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프랜차이즈점 등 다양한 상가들이 입주하면서 연수택지지구는 점차 충주 최고의 상권으로 자리잡았다.

'신연수동'으로 불리는 이 지역은 현재 수백여 개의 음식점과 카페, 주점, 편의점을 비롯해 각종 프랜차이즈 상점 등이 밀집돼 있다.

주말 저녁이면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불야성을 이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성서동 원도심지역은 밤 9시만 되면 불꺼진 상가들이 늘어나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연출된다.

전반적인 불경기와 운영난으로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면서 빈 상가도 즐비하다.

제 1로터리에서 제 2로터리로 이어지는 도로변은 한 때 '충주지역 최고의 상권'이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서너점포 건너 하나씩 빈 점포가 눈에 띈다.

불과 200여m의 남짓한 도로변 양쪽에 '임대문의'를 써붙인 빈 점포만 20여 개나 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심지어는 바로 인접한 점포 3개가 나란히 비어있는 곳도 있다.

문제는 현재 점포를 운영 중인 상인들 중에서도 다른 곳으로 이전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이곳에 3층 상가를 소유하고 있는 A(64) 씨는 "벌써 수개월째 점포가 빈 채로 있어 임대를 하려하고 있지만 문의조차 없다"며 "임대료를 낮췄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여기에 전반적인 불황은 상인들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충주시의회 손경수(봉방·문화·성내충인) 의원은 지난 3월 열린 제232회 충주시의회 임시회 사전발언에서 "지역 상인회 조사에 의하면 충주의 빈 점포 비율이 16%에 달하고 있다"면서 "이미 지역민들과 상인들에게는 심각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권 쇠퇴로 장기적인 침체에 빠져있는 곳이 성서동 원도심만의 일은 아니다.

기관이나 다중집합시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심각한 공동화현상을 겪고 있는 지역도 여러 곳이다.

문화동에 구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지역은 한 때 많은 승객들이 붐벼 주변 상가들이 큰 호황을 이루던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시외버스터미널이 봉방동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면서 구 터미널 주변 상가들은 장기적인 침체에 빠져들었다.

이와는 상대적으로 대형마트과 함께 들어선 현재의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은 병·의원과 함께 약국과 음식점, 프랜차이즈점 등이 밀집해 신흥상권이 형성됐다.

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문화동 구 충주의료원 주변지역 역시, 지난 2012년 의료원이 안림동으로 이전하면서 공동화현상을 겪는 곳이다.

성내동 관아공원 주변지역도 공동화현상으로 침체에 빠진 곳이다.

이 지역은 한 때 충주우체국과 충주세무서, 충주교육청 등 각 기관이 인접해 있고 제 1로터리와 제 2로터리 등과 맞물려 충주의 대표적인 상권으로 자리잡았던 곳이다.

한 때 중원군청까지 위치했던 이 지역은 관공서에 근무하는 많은 공무원과 관계자들로 음식점과 유흥업소 등이 큰 호황을 누렸던 곳이다.

그러나 지난 2006년 인근 성남동에 있던 충주세무서가 금릉동으로 이전하고 2013년에 충주우체국이 문화동으로 이전한데 이어 충주교육청마저 2년 전 국원고 인근으로 이전하면서 이 지역은 심각한 도심공동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원도심지역이 침체를 걷는 것과는 달리 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 등으로 신흥상권으로 급부상하며 호황을 누리는 곳도 있다.

충주여고 사거리 주변은 용산주공 2·3차 아파트와 동일하이빌아파트, 세영더존아파트에 이어 최근에는 대우푸르지오아파트가 신축되고 여러 채의 빌라와 원룸 등이 들어서 유입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신흥상권이 형성됐다.

또 연수동 아이파크아파트와 주공아파트, 두진아파트, 대우푸르지오아파트 등이 인접한 도로변도 소규모 상권이 새로 형성된 곳이다.

하지만 신흥상권으로 부상한 지역의 상인들도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조성작업이 마무리 중인 충주호암택지지구 내 대규모 공동주택단지가 오는 8월부터 본격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충주지역 상권의 주도권이 호암택지지구로 대거 이동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최고 상권지역인 신연수동 상인들 역시, 향후 추이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 A(63) 씨는 "현재 신연수동 상가지역이 충주지역 최고의 상권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호암택지지구가 본격 활성화되면 신연수동이 지금과 같은 호황을 누리기는 힘들것"이라며 "충주지역의 상권지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 충주시의 경우, 어느 한 지역이 활성화되면 상대적으로 다른 한 곳은 침체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전체적인 상권활성화를 위해서는 유입인구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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