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문학관과 산촌민속박물관
박인환 문학관과 산촌민속박물관
  • 중부매일
  • 승인 2019.05.2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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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 상심한 별은 /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운명과 숙명을 탐구했던 시인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는 많은 분들이 좋아했고 대중가요로도 유명하다.

최근에 가교문학협회의 강원도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먼저 인제읍에 있는 모더니즘 시인, 박인환의 생애와 그 시절의 공간을 엿볼 수 있는 박인환문학관을 방문했다. 이문학관은 7년 전 개관하였는데 인제군에서 태어난 시인 박인환의 얼을 기리고자 고향에 건립하였다.

일본으로부터 해방 뒤 평양의학전문대학을 중퇴하고 서울로 돌아온 박인환은 종로 3가 낙원동에 오장환 시인이 운영하던 '마리서사' 서점을 인수했다. 마리서사에서는 앙드레 브르통, 장 콕토 등 여러 문인들의 작품과 문예지, 화집 등이 갖추어져 있어 김광균, 김기림, 정지용, 김수영 등 여러 시인과 소설가들이 자주 찾던 문학 명소였다.

김수영의 어머니는 충무로 4가에서 유명옥이라는 빈대떡 집을 운영하였는데, 마리서사 서점과 더불어 문학운동이 시작된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김수영, 박인환, 김경린, 양병식 등이 모였다. 그들은 서점과 빈대떡 집을 오가면서 모더니즘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동인지 '신시론' 제1집을 발간했다.

박인환문학관 옆에는 산촌민속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은 사라져 가는 인제군의 민속 문화를 보존, 전시하기 위하여 16년 전 개관한 국내 최초의 산촌민속 전문박물관이다. 박물관을 들어가면 새해를 상징하는 입춘맞이 행사 장면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입춘첩을 써 붙이는 일인데, 각 가정에서 대문기둥이나 대들보·천장 등에 좋은 뜻의 글귀를 써서 붙였다.

춘분이 가까워지면 바람 올라가는 날, 영 등 맞이, 일꾼 날, 소가 밭을 갈 수 있는지 알아보는 소 보냄 등의 행사를 한다. 인제 고장은 논이 아주 적은 편이고 화전 밭이 많아 그곳에 곡식을 심어 추수를 하여 그 곡식이 주식을 이루었다. 봄철에는 주로 잡곡밥으로 보리밥, 조밥, 수수밥, 강냉이밥, 밀로 만든 칼국수, 수제비, 뜨더국, 밀투성이, 흰죽, 나물죽을 주로 해먹었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알록달록 꽃이 피고 나뭇잎이 연녹색에서 초록색으로 변하는 계절에 문인들과 함께 박인환문학관과 강원도 문학기행은 가슴이 벅차다. 문학관 마당에서 보이던 과일나무와 잎들, 꽃잎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는 나비와 벌들이 나무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꽃향기 따라 디밀어오는 햇빛, 그 사이로 부는 바람결 향내에 필자의 봄을 노래한 시 ' 추억 속의 봄길'을 낭송했다.

시인이자 예언자인 칼릴 지브란은 '온유한 사람은 두 가지 마음을 갖고 있다. 하나는 사랑하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을 받아들이는 마음이다.'라고 했다. 사랑하는 문인들과 초록의 봄향기 냄새에 모두들 봄노래 시를 낭송했다. 그리고 따스한 마음으로 숲을 걷다보니 또 다른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진다. 귀갓길에 들판을 살펴보니 아지랑이, 종다리가 노래하고 나물 캐는 여인들이 봄을 부르고 있다. 봄나들이가 흥겨워 가슴이 설레는데 봄은 조금씩 깊어가면서 여름을 향하여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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