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가 옛 청주연초제조창 일대를 일컫는 새 이름을 짓겠다고 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를 하는데 독창성 있고 부르기 쉬운 이름이면 된다고 한다. 광복직후인 1946년에 지어진 청주연초제조창. 한때 국내 최대규모로 연초(담배) 산업을 상징하는 한편 고용증대 등 지역경제에도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연초산업의 쇠락과 맞물려 담배공장 현대화 계획에 따라 지난 2004년 많은 애환을 간직한 채 폐쇄됐다. 그런 역사적 숨결을 갖고 있는 근대산업의 현장이 문화산업의 전진기지로 거듭나기 위해 새 이름표를 달겠다는 것이다.

이름을 짓는 일을 전문적으로는 브랜드 네이밍(brand naming)이라고 하는데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사랑받는 이름을 짓는 일을 의미한다. 주로 상품이나 회사 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작업으로 이니셜을 이용하거나, 키워드를 이용해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랄 수 있다. 즉, 이름은 이미지를 내거는 것이며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대표하거나 축약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옛 청주연초제초창처럼 변화에 걸맞는 뚜렷한 이미지를 새로 구축해야 하는 곳이라면 새 이름을 내걸고 새롭게 출발할 이유가 충분하다. 아니 그리해야만 한다.

그곳에서 지금 현재 이뤄지고 있는 활동이나 정체성과 아무 관련도 없는, 과거의 잔재만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라면 반드시 바꾸는 것이 옳다. 문화관련 사업의 둥지인 첨단문화산업단지, 생활문화예술플랫폼인 동부창고, 국내 첫 수장고형 박물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등 지금의 모습만을 봐도 이 곳의 색깔은 분명하다. 그 색깔과 앞으로 이뤄질 것들을 담아낼 이름으로 거듭나야 할 시점인 것이다. 더구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재개발·재건축이 아닌 도심 재생으로 사업방향을 튼 만큼 향후 이 지역이 가야할 방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이곳의 첨단문화산업단지는 2002년 산업구조 개편 등에 맞춰 전국최초로 지정된 문화산단으로 지금도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담배잎 창고였던 동부창고는 생활속 예술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공연예술, 생활문화의 터전으로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이 풍부하다. 지난해 12월말 국내 최초의 수장고 형태로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지역의 문화예술 수준을 한단계 높이면서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 지역은 전국 최초의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돼 현재 본관 건물 등에 대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마디로 이곳은 문화예술의 요람이자 문화관련 클러스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전국 최초의 수식어가 넘쳐나는 새로운 문화천국이 꿈꿔지고 있는 곳이다. 과거의 흔적을 무조건 없애고 덮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재생의 길을 걷는 지역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일제시대 건축물을 되살린 것이고, 서울시립미술관은 오래된 외국 대사관 건물이었다. 프랑스에는 궁전을, 철도역을 문화시설로 재창조한 경우가 적지않다. 365일 문화행사가 펼쳐지고 멀리서도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해 찾는 그런 곳이 되기 위한 첫걸음은 이에 걸맞는 이름을 찾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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