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놀이 몰개의 휴식 같은 공연
사물놀이 몰개의 휴식 같은 공연
  • 중부매일
  • 승인 2019.05.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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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요즘 들어 피곤함을 더 느끼곤 한다. 밖엔 햇살도 좋고 풍경도 참 좋은데…. 눈도 침침하고 기운이 없다. 시간이 나면 그냥 쉬고 싶었다.

그러던 중 그동안 쌓였던 피곤함이 몽땅 날아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공연티켓을 선물 받았다. 마침 시간이 되어 넙죽 받았다. 그리고 하루 이틀, 드디어 공연 날이 되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꽉 찬 일을 마치니 또다시 피곤함이 밀려왔다. 전날 늦게까지 원고를 쓰느라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피곤하다는 내게 아내는 빨리 공연을 보러가자고 했다. 일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서 앉아 있는 게 뭐가 힘드냐며 재촉했다. 우리는 후다닥 조금은 매운 오징어 라면을 먹고 공연장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와 자리가 거의 꽉 찼다. 그런데 슬쩍슬쩍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럴 즈음 공연의 막이 올랐다. 한여름 밤 반딧불이가 수를 놓은 듯, 수많은 별들이 제 각각의 모습을 드러내는 무대배경이 무척 신비로웠다.

법고의 시작으로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의 연주, 장구와 드럼의 연주. 사물놀이라고 해서 국악풍의 공연으로만 생각했는데 새로운 연주가 아름다웠다. 재즈 느낌도 물씬 나면서도 전통 판소리 사랑가는 애절하고 흥미로웠다.

꽹과리와 징, 장구와 북, 드럼과 색소폰,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가 함께 하는 공연은 어깨를 들썩이기에 충분했다. 특히 연주를 하고 있는 그들도 즐기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몸짓이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끌어 들여 하나가 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청바지와 한복 등 연주자 옷차림의 조화로움도 눈길을 잡아당겼다.

'이바디'라는 연주도 최고였다. '이바디'는 축제를 말하는 순수 우리말이다. 신명나는 전통 타악 음악과 판소리, 재즈 연주자들과의 협연은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역동적인 소고놀이와 열두 발놀이 등으로 신명나는 한마당이었다.

이렇게 오로라, 이별가, 사랑가, 사물놀이, 재즈 쿼텟 등 한 곡 한 곡 순서가 끝날 때마다 공연을 위한 출연자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이 공연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까? 또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손동작 하나하나, 고개 동작 하나하나, 손끝 발끝 하나하나 까지 그동안의 연습이 눈에 선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에게도 공연하는 분들의 에너지가 전해져 왔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관객들이 그랬을 것이다. 피곤이 점점 풀리고 알 수 없는 새로운 힘이 꿈틀거렸다. 아, 내가 충주에 살고 있는 것이 사과를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것만큼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김경구 아동문학가

이런 공연을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좋을까. 절로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외국 사람들이 함께 한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이런 나의 생각을 읽은 아내가 벌써 소문이 자자하게 났다고 전한다.

이런 사물놀이 몰개의 공연은 외국 사람들에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초청 공연을 받아 멋진 공연을 펼쳤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테라스에서 하늘을 보니 공연장에서 본 별들이 반짝인다. 연주 사이사이 흐르던 풀벌레 소리도 들려오는 듯하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온다. 뺨에 닿는 바람도 좋고 고스란히 들려오는 바람소리도 좋다. 평상시 느끼던 바람과는 다르다.

모처럼 참 편안하다. 몰개 공연으로 인한 특별한 선물 같다. 또 앞으로 살다보면 정신없겠지만 그럴 때마다 문득 문득 몰개의 공연을 떠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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