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 상관없는 공문 유출 내세워 유포자 수사 의뢰
결국 취재원 찾겠다는 의도… 언론 직·간접 압력행사 해석
교육계 관계자 "자성없이 책임회피 급급… 경각심 가져야"

충북도교육청사 / 중부매일 DB
충북도교육청사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엉터리 문장의 공문을 시달해 행정 불신과 망신을 자초한 충북도교육청이 반성은커녕 경찰 고발을 통해 언론보도 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나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 17일 중부매일 5월 9일자 '충북도교육청 행정실수 연발… 신뢰도 추락' 제하의 기사에 첨부된 문서 유출자를 찾겠다며 '공공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28일 경찰에 의하면 도교육청은 고발장을 통해 기사에 인용된 '본청 시설방호 기본계획 변경 알림' 공문의 출력본(시행문) 사진에 대해 공공기록물인 전자문서가 무단으로 유출됐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기사에 인용된 시행문은 문맥도 이어지지 않는 문장과 단어 누락 등 오류투성이어서 도 단위 교육행정기관이 시행한 공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시행문에는 보안상황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비공개 대상'이어서 '공공기록물관리를 위반한 사안'이라는 판단에 따라 어처구니없는 조치를 취했다.

이같은 조치는 '엉터리 행정'에 대한 자성보다 유출한 내부 공무원을 색출해 손을 보겠다는 '어설픈 시도'라는 점에서 공직 안팎의 비난을 사기 충분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특히 제보자 색출을 통해 행정기관 감시와 견제 역할에 충실해야할 언론의 기능에 직간접 압력을 가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돼 언론계 안팎의 비난도 거셀 전망이다. 

이에 도교육청 출입기자단은 '도를 넘은 부적절한 대응'을 묵과할 수 없다는데 뜻을 같이 하고 지난 27일 해당부서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A총무과장은 "내부보안문서가 유출된 것에 대해 심각성을 갖고 감사관실에서 조사를 했으나, 찾아내지 못해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고발 업무를 수행한 도교육청 감사관은 경찰이 취재기자를 상대로 조사를 하더라도 언론인의 직업 윤리상 제보자를 밝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도 이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경찰을 통해 도교육청의 행정 하자를 질타하는 취재활동에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소지가 충분한 대목이다. 더구나 취재기자를 통해 사건 경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고발을 강행해 언론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내부 정보 유출자를 파악하겠다는 도교육청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문서를 전결 처리한 총무과장 A씨는 "결재과정에서 엉터리 문장이 사용된 것을 발견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하루에 처리해야할 결재문서가 많아 세부내용을 점검하는데 집중하느라 자세히 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총무과장 A씨의 이같은 답변은 공문 외부 유출에 대해 경찰에 고발할 정도로 심각성을 강조한 입장과 달리 공문 첫장인 시행문 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정도로 비중이 없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된 시행문을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은 언론의 감시기능을 막겠다는 또 다른 의도로 밖에 해석될 수 없다.

A총무과장은 또 이 시행문에 있는 붙임문서의 제목 공개도 문제 삼았다.

이 공문의 붙임문서는 2건으로 '시설방호 기본계획 변경 1부', 'CCTV카메라 설비현황, 순찰코스 현황, 방호체제 현황 각 1부'이다. 

이는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갖추고 있는 시설들로, 공문 제목 공개로 도교육청이 감춰야할 보안문제가 외부에 공개된 것처럼 호도하는 것인데다 행정 실수와 하자를 '내부의 제보' 탓으로 돌리려는 행위라른 비난을 사기 충분한 조치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행정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것에 대한 깊은 반성과 책임감을 먼저 가져야 하는데 도교육청의 행태를 보면 후안무치하다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이어 "감사관실의 업무는 이해하지만 이번 경찰 고발은 언론 고유 기능을 훼손하려는 의도이자 도전행위"라며 "공무원들의 경각심 차원이라면 다른 방법도 많은데 낮 뜨거운 일을 자꾸 벌여 학교에서 아이들 보기가 민망하다"고 말했다.

앞서 총무과는 지난 3월 26일 본청 14개 부서에 시달한 '본청 시설방호 기본계획 변경 알림' 공문에서 '2019. 3. 1.자 조계획을 숙지하여 시설방호에 철저를 기할 수직개편 및 사무실 재배치에 따른 본청 시설방호 기본계획을 붙임과 같이 변경하여 알려드리오니, 각 부서에서는 전 직원이 본 있도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공문을 시달해 망신을 자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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