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기업유치, 정부의 공모사업 선정 등이 비단 개인 1명의 노력과 공(功)으로 이뤄질 수 있는 일일까? 몇번의 노력만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결과일까?

이달 초 국내 승강기제조분야 1위 업체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충북 충주 이전을 결정했다. 2천500억원을 투자해 1천여명이 근무하는 본사와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지역의 큰 경사에 충주시는 물론 충북도 모두 크게 환영했다. 하지만 기업유치에 누가 공을 세웠냐를 따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유치 소식은 이달 2일 충북도, 충주시, 그리고 충주 지역구 A국회의원이 동시에 각자 보도자료를 내면서 알려졌다. 도는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유치는 2017년부터 3년간 많은 이들이 공들인 성과"라고 의미부여한 반면, A국회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와 관계자와 수차례 면담을 통해 충주 이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며 기업유치를 본인의 덕으로 돌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사실, 현대엘리베이터 유치전에는 전국 여러 지자체가 뛰어들었고 후반부 강원도 원주시와 충북 음성군으로 압축됐다가 불과 며칠새 제3후보지인 충주시로 뒤집힌 것이었다.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A국회의원의 '셀프 공로 치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23일 에너지기술기반확충사업 공모에 '충북 수소융복합실증단지 구축사업 제안'이 선정되자 즉각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관계자들과 수차례 면담하고 충주시장과 충주시, 충북도 관계자와 협업체계를 구축해 다각적으로 추진한 끝에 공모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다"며 자신의 공을 치켜세웠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행보 하나하나가 관심을 받는 시기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기업유치, 정부 국책사업 선정 등이 국회의원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인지를. 충북도는 요즘 현대엘리베이터 유치과정의 실상을 알고 싶다며 쏟아지는 자료요청에 애를 먹고 있다. TF팀까지 꾸려 유치 기업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마당에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쏟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