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행정판단으로 자초한 '노아의 방주' 논란
섣부른 행정판단으로 자초한 '노아의 방주' 논란
  • 정구철 기자
  • 승인 2019.05.2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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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정구철 충주주재

'노아의 방주'는 히브리 경전 또는 구약성경에 기록된 설화에 등장하는 배로 노아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만든 네모진 잣나무 배다.

하나님은 사람들이 포악해지자 대홍수를 내려 인류를 멸망시키려 하면서 하나님의 길을 따르는 사람인 노아에게는 배를 만들 것을 명령했다.

노아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배를 만들어 자신의 가족과 땅의 모든 생물이 다시 번성할 수 있도록 종류대로 암수 1쌍씩 배에 실었다.

결국 노아의 방주에 타지 않은 사람들은 대홍수로 모두 멸망했고 노아는 대홍수 이후에 인류를 영속시킨 조상으로 묘사된다.

이처럼 성서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가 최근 충주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로부터 충주세계무술공원 내 14만㎡의 시유지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충주라이트월드가 이곳에 길이 135m, 높이 17m 규모의 '노아의 방주'라는 구조물 설치를 추진하자 충주시가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라이트월드 측은 ㈜우리끼리라는 회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노아의 방주'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외부 투자유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는 공문과 직접 방문 등을 통해 '노아의 방주' 불허 방침을 밝혔고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시는, 민간이 5년 기한으로 임대한 시유지에 종교 편향적 영구정착물을 설치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라이트월드 측은 "'노아의 방주'사업은 애초 계획했던 프로젝트 중 일부"라며 시의 불허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노아의 방주'를 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조길형 충주시장은 28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사업이란 구상에 들어있다고 해서 무조건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며 불가 방침을 확고히 표시했다.

또 "라이트월드 측이 지어서 기부채납하는 것이 제도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이 경우 시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사업 추진 과정이나 시의회의 승인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곳에 영구시설물을 기부채납받아 장기간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시는 라이트월드 측이 '노아의 방주' 조성을 명분으로 투자유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투자자 모집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절차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라이트월드 측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노아의 방주 건립 후원회' 발대식까지 가진 라이트월드 측은 시에 대해 법적 대응 방침까지 밝히는 등 일전도 불사할 태세다.

지난해 4월 개장한 라이트월드는 임대료 체납과 불법 전대 논란, 공사비 미지급에 따른 경매 진행, 감사원 감사 등 잠시도 바람 잘 날이 없다.

건립 당시 시와 라이트월드가 거창하게 홍보했던 450억 원 투자계획과 연간 관람객 250만 명 유치목표 등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기자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기자

혈세로 조성된 시민공원을 라이트월드에 내준 충주시는 뒷치다꺼리에만 전전긍긍하며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고있다.

성과에 조급했던 시가 시민들의 우려를 묵살한 채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밀어붙여 자초한 결과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은 속이 끓는다.

충주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충주라이트월드와 '노아의 방주' 설치 논란은 자치단체의 섣부른 행정판단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시민들의 뜻을 받드는 행정이어야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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