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년여밖에 시한이 남지않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 대책이 발표됐지만 지자체 등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와 여당이 대책을 내놓은 것까지는 좋은데 핵심은 빼놓고 변죽만 울린 꼴이라는 것이다.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구역이 내년 7월 일시에 풀리면(일몰제) 그렇지 않아도 잿빛 일색인 도심이 회색으로 도배되리란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국토부장관 역시 "시민 쉼터이자 도심허파 기능을 담당했던 도시공원 상당수가 사라질 위기"라고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같은 위기의식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발표된 대책은 반쪽짜리일 뿐이다.

당정이 내놓은 일몰제 대책과 이에 대한 지역이 반응을 보면 문제는 확연해 진다.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한 대책의 주요 골자로 토지 매입을 위한 지방채 발행한도·이자지원 확대, 국공유지의 10년간 해제 유예, 민간특례 지연사업 LH승계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지방채는 결국 지자체가 직접 갚아야 할 돈이고, 늘려준 이자 지원도 규모면에서 연간 최대 수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면적의 1/4에 해당하는 국공유지 해제 유예는 도움이 되지만 대상에 따라 효과가 선별적이며, 지연사업 공공 승계는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을 수 있어 실행 가능성이 떨어진다.

물론 이같은 조치들의 효과도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발이 안됐고, 사유지 비중이 크지 않은 사람의 손길이 덜 미친 도시공원을 지키는데는 기여할 부분이 크다. 허나 그 반대인 곳에서는 이 정도 대책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일단 토지를 확보하기 위한 예산문제가 여전하다. 지방채 발행 확대는 미봉책이며 정부의 책임전가인 셈이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공원조성을 위한 토지은행 이용도 대규모 자금이 묶인다는 점에서 성공여부가 불투명하다.

내년 7월 일몰제에 걸린 전국의 도시공원 면적은 서울시의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도심 쉼터로만 따져도 적지않은 규모다. 더구나 미세먼지 충격 등 대기환경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일몰제는 정부나 지자체 모두 최우선 과제일 수 밖에 없다. 이렇듯 급한 불을 끄려다보니 청주시 등에서는 지방채 발행에 나설 모양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사유지 비중이 큰 구룡공원의 경우 절반만 지키려 해도 1천억원 이상이 투입돼야 한다. 난개발도 막아야겠지만 이렇게 되면 살림살이에 문제가 생긴다. 정부 역할에 대한 주문이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서 충북도는 도시공원 보상비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건의한 바 있다. 시간도 그렇고, 규모도 그렇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경단체와 청주시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구룡공원은 물론 청주 월명공원의 경우 개발업자와 인근 기업체들간에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상황이 갈수록 안좋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도시공원을 지키는 것은 누구 하나의 힘으로 안될 일이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떠넘길 일은 더더욱 아니다. 문제의 시작이 정부에 있는 만큼 정부가 큰 짐을 지고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의 대책으론 해결의 가닥도 잡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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