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느리게 함께 가는 길
천천히 느리게 함께 가는 길
  • 중부매일
  • 승인 2019.05.3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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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이경영 수필가

더 이상 부족함이 없었던 행복한 에덴동산에서 조차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나 보다. 교활한 뱀의 유혹에 넘어간 타락한 인간의 원죄 이후 사람의 속마음은 언제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탱탱볼과 같다. 화살처럼 손살 같이 지나간 시간은 소꿉놀이 하던 아이들을 머리가 희끗희끗 해진 나이로 다시 만나게 하였다. 햇살 가득한 봄 날 흩어져 살고 있는 친구들이 가족들과 함께 연무대 잔디밭에서 모였다. 가족들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주기 위하여 각자의 달란트를 모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것들을 준비해 오기로 미리 약속했다. 

소풍 날 받아 놓은 어린 아이처럼 들떠있는 아내를 위해 남편은 친구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로 반짝 과학탐구시간을 내어주기로 했다. 자신의 혈액형을 직접 시험해 볼 수 있도록 잔디밭 테이블 위에 슬라이드글라스, 알콜솜, 바늘, 혈액형 판정세트를 준비했다. 아이들과 함께 직접 혈액형 검사를 해 보면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체험학습을 통한 매우 흥미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붕사용액과 야광가루 폴리비닐알코올로 갖가지 모양과 색깔의 탱탱볼을 만들어 잔디밭위에 이리 저리 통통튀는 작은 공처럼 기쁨 넘치는 행복한 축제의 날을 보냈다. 

자신있는 요리 한 가지씩 만들어와 차려진 포들럭파티는 자연과 만나는 환상의 어울림이었고 차고 넘치는 풍성함이었다, 기부한 갖가지 생필품들은 필요한 사람이 가져 갈 수 있도록 서로서로 주고받는 나눔이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가지고 간 것 보다 더 많이, 더 풍성히 세월의 간격을 뛰어 넘은 성숙한 우정의 선물들을 한 보따리 가득안고 돌아왔다. 가족들과 함께 한 즐거운 만남을 만들어준 친구들과 기꺼이 도우미가 되어준 남편, 내겐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이다.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바쁜 일상에 어깨가 무거운 우리의 가장들은 때로 삶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퇴근 후 회식과 여흥으로 휘청거리는 무거운 발걸음은 잠만 자는 하숙집 같은 곳으로 향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일하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인지 지친 몸을 끌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힘겨운 삶의 무게를 벗어 던지고 가족이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는 따듯한 둥지와, 함께하는 시간을 누리는 새로운 가족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요즘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우리 편이 아니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카페나 대화방이 만들어지는 끼리끼리 또래문화가 주를 이룬다. 다이얼로그를 넘어 첨단 디지털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천천히 느리게 단순하게 살면서 순간을 즐기는 그런 여유를 가져보라. 거리낌 없이 자신을 내 보여도 허물이 되지 않는 언제든 가고 싶고 만나고 싶은 그런 한결같은 오랜 우정으로 변하지 않는 뚝배기 같은 만남 말이다.

이경영 수필가<br>
이경영 수필가

만남의 기쁨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 남편은 말했다. "당신 친구들 건전하고 참 괜찮아 보여."

어린 시절 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한 그들과 더불어 만든 행복의 나이테는 먼 훗날 또 다른 그리움의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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