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정미 충남 금산주재 차장

미국 심리치료사 로빈 스턴이 이름 붙인 '가스등 효과'는 흑백영화 <가스등>에서 따왔다. 상속녀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남자가 아내에게 스스로를 의심하도록 만들며 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조종하는 행동, 평가하고 지적하고 길들이려는 것도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다. 애니메이션 <라푼젤>에서 라푼젤의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권리와 의무를 통제하려는 고델도 예외가 아니다. "이건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라거나 "바깥세상은 아주 무서운 곳이야"라는 대사가 그렇다.

금산에선 화상경마장 유치를 둘러싸고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군은 주민을 위한 화상경마장과 레저타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진 여부도 주민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여론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고,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군수가 공언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군이 여론몰이에 나선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청회가 열리기 전엔 '한국마사회 남자탁구단 연고지 금산군 유력'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냈다가 '장외발매소 승인 조건부 사항이기 때문에 공청회 이후로 보도를 보류해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 사이 다수 언론이 이미 보도를 했다. 일부 보도 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배포 후 취소 문자를 보냈으니 미필적 고의성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조건부라니, 장외발매소의 긍정적 효과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김정미 사회·경제부 차장.<br>
김정미 사회·경제부 차장.

29일에는 시행사와 투자회사 등이 주최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그런데 30일 금산군이 '투자 안정성'을 강조한 시행사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공식 보도자료로 내놨다. 군의 입장이 선명해진 셈이다. 화상경마장을 둘러싼 군과 시행사의 상관관계가 불필요한 인과관계로 오해받는 상황을 자초했다. 여론수렴의 발화 주체는 군민이고 의견 수렴이 군의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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