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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의 관절염 신약 인보사가 품목허가 취소되면서 관련 업계에 회오리가 몰아치고 충북에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 바이오에 대한 국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지는 등 글로벌 시장에 심대한 타격이 됐다. 부실한 식약처 심사로 인해 국내 의약품 관리의 허점이 드러났으며 개발과정에서의 자료 조작으로 제2의 황우석 사태라는 말을 듣는다. 더구나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그 끝을 짐작하기 조차 어렵다. 특히 이번 사태는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충북에도 적지않은 파장이 미쳐 더욱 주목된다.

인보사 허가취소로 생산을 맡은 충주공장이 폐업 위기에 처하는 등 충북은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2년여전 시설과 직원을 대폭 늘렸던 공장은 두달여째 가동을 멈췄고 다른 품목 생산도 여의치 않다고 한다. 사태가 더 커지면 문을 닫게 될 것이란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무엇보다 관련 업계의 위축으로 인해 이제 막 구체화되고 있는 '바이오헬스 충북의 꿈'이 위태로워지게 됐다. 현정부가 밝힌 차세대 3대주력사업으로 수조원을 투자하고 규제개선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흔들릴 수 있다. 규제완화에 목말라하고 있는 업계도 한동안 숨죽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당장 식약처가 그동안 허가한 세포치료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증 요구가 제기됐다. 한마디로 식약처 검증·관리 수준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국내 바이오신약 토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른 바이오의약품도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식약처가 2년전 인보사 허가를 내주면서 세계최초라며 추켜세웠던 것이 이제는 국내 바이오수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나의 제품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해당 업체는 대규모 집단소송이 예고되면서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관련업계는 이번 사태를 경영윤리는 물론 신약개발 등 기업활동의 자세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속도를 앞세운 잘못된 우리의 기업행태가 이번 일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따라서 이는 성과제일주의에 매몰된 고도성장의 또다른 후유증이랄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최초·최고·최대에 매달려왔다. 성과를 보여주는데 그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편법과 우회, 강압과 과도한 부담을 유발하곤 한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바이오의약 분야에서는 이같은 속도전은 금물이다. 그 어떤 분야보다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기술축적이라는 단계를 무리하게 건너 뛰려다 벌어졌다. 이는 성과를 얻기위해서는 기초부터 다져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또한 충북이 바이오메카로, 관련산업 발전의 구심점으로 자리잡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 필요한 부분들을 보여준다. 충북으로서는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시작의 기반을, 단계의 정착을, 성과의 검증을 준비해야 한다. 관련 업계도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거듭나야 한다. 바이오 업계는 물론이고 뒤를 받치는 기관·지자체 등도 기본부터, 처음부터, 작은 것부터 챙기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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