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을 되돌아보니
'가정의 달' 5월을 되돌아보니
  • 최동일 기자
  • 승인 2019.06.0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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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일칼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부부의 날(21일) 등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이 몰려 있는 5월을 우리는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5월의 이미지가 그렇다 보니 이제는 가정과 관련된 행사는 5월에 해야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사실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로 보나, 연중 이어지는 계절적 행사 일정을 보나 가족과 함께 하기 좋은 때이지만 5월이라고 특별히 가정을 돌보기 좋은 여건은 아니다. 도리어 시기적으로 바깥에서 이뤄지는 행사가 많은 때여서 가족과 더불어 있는 시간이 평소보다 더 적어 식구들에게 미안해한 적도 적지 않다.

그런데 엊그제 달력속 5월을 넘기면서 훑다보니 곳곳에 표기된 기념일들이 실제 가정에 무슨 의미나 도움을 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용돈을 챙겨주고, 어버이 날에는 부모님께 봉투를 내밀면서 인사를 한 것 외에는 머릿속에 남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 많은 가정에서 비슷한 장면들로 가정의 달에 대한 기억을 채웠을 것이라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기념일이라고 해서 유난을 떨 일도 아니고, 5월이라고 해도 새삼스럽지 않은데 왠 '가정 타령'이냐는 타박을 피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가정이 위기에 처해있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

미혼여성의 2/3가 결혼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 생각하고, 생산이 가능한 기혼여성의 85%는 출산계획이 없을 정도로 가정이 꾸려지기 어려운 세상이다. 물론 가정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만큼 남녀가 결혼해 자식을 가지는 전형적인 가정의 모습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족공동체인 가정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가족 관계 또한 흔들리기 십상이며 위기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통계청이 밝힌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 영역별 점수'에서 안전, 교육, 소득 등과 달리 유독 가족 공동체만 10년전보다 퇴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충북도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족만족도를 봐도 지난해보다 만족도가 낮아졌는데 그 핵심에 가족간 대화가 존재하고 있다. 만족도를 높이는 비결이 가족간 유대관계에 있고, 하루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는 가정이 대화가 없는 가정에 비해 만족도가 50%이상 높게 나타났다. 반면 가족유대 약화는 가정의 위기를 부르고, 때론 가족 해체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집에서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이 가족 만족도와 함께 존속 가능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도내 가정의 절반 이상이 하루 30분도 가족간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더구나 현대사회에서는 제대로 된 가족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다. 중장년층은 아래, 위로 부양을 책임지는 '낀 세대'가 됏고, 젊은 청년층은 사회생활 시작부터 삶의 무게에 신음한다. 노동시장 변화와 경제적 문제로 가까이에서 서로를 지탱해주기도 어렵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서로를 보듬고 챙겨주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개인주의 성향은 가족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예전과 같은 결속력은 이제 기대할 수 없다. 세상이 바뀐 만큼 역할이 달라지면서 가족 구성에서도 정서적인 친밀감이 중요해졌다.

최동일 논설실장
최동일 논설실장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가족만큼 의지가 되고, 위안을 주는 존재는 없다. 정서적 친밀감이 두터워지게 유대를 돈독히 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정 화목의 시작이다. 동물들도 다르지 않다. 가족 등이 무리생활을 할수록 서로의 관계가 좋다. 평생 일부일처로 사는 늑대나 모계생활을 하는 코끼리, 원숭이 등을 보면 가족의 존재가 새삼스럽다. 말뿐인 가정의 달이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 5월을 만들어 보자. 기념일엔 그 상대와 특별히 더 많은 대화를 나눠보자. '워라밸'이 중요하다며 시간타령만 할게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기회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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