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29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문재인 정부 규탄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9.5.29 / 연합뉴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29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문재인 정부 규탄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9.5.29 / 연합뉴스

충북도교육청이 교원단체와의 단체협약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짓을 하고 있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교육청이 '현장점검'이라는 칼자루를 들고, 법적 지위도 없는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이행을 강요하고 있다. 공문을 통해 실행 미진 학교에 대해 방문점검을 하겠다고 윽박지르는 등 방법 또한 치졸하기 짝이 없다. 법외노조로 불법 소지가 큰데도 무조건 밀어붙이는 양상이다. 얼마전 엉터리 공문 사태로 치부를 숨기기에 급급했던 교육청이 스스로 논란을 자초하고 갈등과 말썽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법적 인정을 받지 못하는 단체와 협약을 체결하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의 일이다. 법적으로도 단협은 불가능하고 교육부에서도 효력이 없다고 밝힌 사안이다. 그럼에도 충북교육청은 괜찮다는 것이다. 교육가족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백보(百步) 양보해도 협의가 아닌 협약을 맺고 이를 강제하려하는 것은 월권(越權)이며 직권남용이다. 그럼에도 전교조에게 힘을 실어주고, 도와주겠다면 먼저 법적으로 유효하다는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 다음 뒤를 봐주던가, 앞에서 끌어주던가 해야 한다. 교육당국이 법 밖에 있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인정받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전교조와의 협약 이행 내용을 제출하라는 요구는 직권을 뛰어넘는 것으로 아무런 강제권을 가질 수 없다. 그런데 교육청은 버젓이 점검 지시와 현장점검을 적시했다. 한마디로 법을 무시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교육청이 이행을 윽박지르고 있는 협약의 내용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학교 자율권을 무시하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학급운영비 등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려는 것은 무슨 의도인지 묻고 싶다. 휴대전화 분실 보상방안 마련은 누굴 위한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교육적인 고려와 문제의식은 애초에 있기나 했는지 모를 지경이다.

이런저런 상황은 김병우 교육감이 왜 '전교조 교육감'으로 불리는 지를 말해준다. 전교조 출신이라서 개인적으로 애착이 간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아니다. 어떤 이유가 됐든 공(公)과 사(私)를 구분짓지 못한다면 교육감으로서 함량 미달이며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전교조와의 단체협약을 학교현장의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림수가 계속 이어졌다는 점에서 김 교육감의 의도가 드러난다. 올 2월말 있었던 교감 회의에서 사전예고도 없이 협약 내용을 설명하려다 참석자들의 항의로 중단된 일이 있다. 관련이 없는 자리에서 전교조를 전면에 내세우려 한 것이다.

학교는 사회에 나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미리 익히고 배우는 과정이자 장소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법을 무시하고, 멋대로 결정하고 행동한다면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절차와 과정이 필요한 일이라면 기다릴 땐 기다릴 줄도 알고, 결과가 마음에 안들더라도 수용할 건 수용해야 한다. 그런 민주시민을 길러내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학교에서는 법을 마음대로 무시하고, 규정을 제멋대로 재단하며, 권력을 남용하고, 교육을 뒷전으로 미루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상식과 법이 기준이 되는 교육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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