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확정 후 10년 흉물 방치… 길이 315m 상판 심하게 휘어

흉물로 방치된 제천의 옛 청풍교. 오른쪽에 보이는 교량이 신축한 청풍대교. /중부매일DB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충북도가 10여년째 흉물로 방치돼 안전상 하자가 있는 옛 청풍교는 뒷전인 채 건립된지 7년 된 청풍대교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제천시 청풍면 물태리에 위치한 옛 청풍교(길이 315m, 폭 10m, 높이 64m)는 충주댐과 함께 1985년 완공된뒤 2006년 바로 옆 청풍대교 신설방침에 따라 '철거'로 가닥을 잡았지만 철거비용을 이유로 10여년째 흉물로 방치돼있다. 경관상 좋지 않을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백여명이 탄 유·도선 수백대가 다리 아래를 지나다녀 대형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있다.

옛 청풍교는 행정안전부 정밀검사에서 2012년 B등급, 2016년 C등급, 지난해 충북도 안전점검에서 C등급을 받은 바 있다. C등급은 보수·보강을 통해 재사용이 가능한 상태를, D등급은 통행제한, E등급은 철거 등의 상태를 말한다.

도는 옛 청풍교를 철거하지 못하면서 '특정관리대상 시설'로 지정해 유지·관리만 해오고 있다. 유지·관리비용으로만 한해 5천만원에서 1억원이 투입되고 있다.

3일 제천 청풍대교에서 2019특수교량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 충북도 제공<br>
3일 제천 청풍대교에서 2019특수교량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 충북도 제공

상황이 이런데도 도는 3일 제천시 청풍면 물태리 청풍대교 현장에서 2019특수교량 현장점검을 벌였다. 특수교량(전국 72개)은 1년에 2번 안전점검을 하는데 청풍대교는 이날 도내 처음으로 도·시·군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 이날 점검에는 60여명이 참여해 주탑(103m) 점검, 슬라브 하부에 장착된 이동식 리프트를 이용해 하부 점검, 시설물 유지관리를 위한 점검장비(슈미트 햄머, 초음파 및 철근탐사기) 시연, 외관조사 등을 진행했다.

도는 "시설물이 대형화·복합화되면서 붕괴사고 발생 시 많은 인명피해·재산피해가 예상되고, 지진이나 강풍·우기에 대비해 도내 유일한 특수교량인 청풍대교의 철저한 시설물 관리를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장안전점검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풍대교는 복합사장교로 689억원을 들여 2012년 4월 21일 완공됐다. 길이 472m, 폭 13m, 높이 103m다.

제천지역에서는 옛 청풍교의 조속한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전원표 충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 제천2·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은 "옛 청풍교는 철거해야 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도의원은 "옛 청풍교는 상판 연결부위가 심하게 휘어져있어서 보기만 해도 불안하다"며 "활용방안을 제천시와 협의해봤는데 안전문제로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도지사의 (철거) 결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천시 역시 철거를 원하고 있는 입장이다.

제천시 관계자는 "청풍대교가 건립된 후 경관과 안전상 문제를 들어 충북도에 철거를 요청했고, 충북도에서 국토부에 수차례 철거비용을 건의했지만 유지·관리사업은 국비지원대상이 아니라며 불허 결정을 내렸다"며 "철거하려면 충북도에서 철거비용 100억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옛 청풍교와 청풍대교의 관리를 맡고 있는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는 철거비용 마련도 어렵고 철거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옛 청풍교는 지난 4월 정기점검(1년에 2번, 육안점검)을 했는데 균열 등 구조적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교량을 철거하려면 폭파를 해야 하는데 옛 청풍교처럼 FCM공법으로 건설된 교량을 철거한 사례는 국·내외에 없고, 이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이라 폭파를 통한 철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FCM공법이란 교량 하부에 동바리를 사용하지 않고 특수한 가설장비를 이용해 각 교각으로부터 좌우 평형을 맞추면서 세그먼트를 순차적으로 접합하는 방식으로 주로 고속도로의 교량들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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