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박종배 건국대 교수(왼쪽 세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2019.6.3 /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박종배 건국대 교수(왼쪽 세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2019.6.3 / 연합뉴스

본격적인 더위를 앞두고 올 여름부터 적용될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가 토론회를 통해 밝힌 개편안을 보면 현행 체계속 구간확대, 여름에만 단계 축소, 연중 단일요금제로 누진제 폐지 등 3가지다. 이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을 확정해 내달부터 시행하겠다고 한다. 기온관측 사상 최악의 더위를 기록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벌써부터 여름철 기온이 심상치않다. 사실상 에어컨 등 냉방기기 없이는 생활하기가 곤란한 지경이다. 그런 만큼 탄력적인 전기요금제로 국민들의 더위탈출을 돕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누진제 개편안 3가지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면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여름철 동안만 현행 3단계를 2단계로 줄이는 누진단계 축소 방안은 평균 할인금액이 1만7천원에 달하는 등 혜택이 크다, 하지만 전력소비가 많은 가구들만 대상이 돼 형평성 문제가 적지않다. 누진제를 아예 없애는 방안은 이로 인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요금인상이 뒤따르게 되며, 특히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의 부담이 커지고 많이 쓰는 가구는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최종안은 200㎾h와 400㎾h인 구간경계를 300㎾h, 450㎾h로 확대하는 방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 방안은 지난해 폭염때 이미 적용한 바 있다. 1차적인 검증을 마친 것이다. 또한 3가지 안 가운데 가장 많은 1천629만 가구에 월 1만원 이상의 혜택이 주어지게 된다. 국민들의 주머니를 고려하겠다는 개편 취지와 가장 부합한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이유로 구간확대를 가장 유력한 개편안으로 꼽고 토론회에서의 의견도 비슷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7~8월 두달뿐이지만 냉방기기 사용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여름철이라서 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않아도 치솟는 물가때문에 걱정이 많은 서민들로서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문제는 요금인하를 골자로 하는 누진제 개편이 전력수급 관리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를 도입한 것은 에너지 소비 절약 때문인데 개편안은 전기를 많이 쓸수록 인하 효과가 커지는 구조다. 이에 따른 한전의 재정부담도 골칫거리다. 원가를 충당할 수 있는 싼 가격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면 별 탈이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화력발전의 대기오염에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재생에너지의 한계 등으로 한전의 공급원가는 계속 오르는 반면 요금인하로 수익은 계속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폭염속에서도 전기요금이 무서워 냉방기기를 틀지못하는' 상황은 곤란하다. 따라서 주택 전기를 싼값에 공급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실제 전력판매에서 주택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3%에 불과하다. 53%로 가장 많이 쓰는 산업용이나 일반용에는 누진세가 없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의 우수한 경쟁력인 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무턱대고 올릴 수도 없다. 요금격차의 부담을 한전에 전가시키는 것도 임시방편이다. 환경문제를 따지지 않아도 원전(原電)이라는 확실한 대책을 무시한 채 산업 지원과 국민 편의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놔두고 언제까지 겉돌 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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