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조영의 수필가

청주시 문암생태공원 어린이 놀이시설 전경. / 중부매일 DB
청주시 문암생태공원 어린이 놀이시설 전경. / 중부매일 DB

집 근처 있는 문암생태공원은 내 삶의 덤이다. 문암생태공원은 생활 쓰레기를 매립한 곳으로 처음에는 시민들의 기피 현상이 많았다. 가스분출 냄새도 나고 나무들도 자라지 못해 쉼터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문암생태공원은 생활 쓰레기 매립지라는 인식은 지워졌고 시민의 휴식처로 바뀌었다.

넓고 한적한 공원은 산책과 운동하기 좋다. 나무들도 자라 넓은 그늘을 만들었다. 이따금 지나가는 기차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새소리도 함께 날아온다.

튤립꽃밭은 봄날의 명소다. 얼굴마다 튤립꽃 같은 미소를 담고 각색의 꽃 중심으로 시민들이 모인다. 어린아이는 꽃밭에서 뛰놀고 꽃만으로도 흐뭇한 사람들은 나무 그늘 아래서 하루가 편안하다. 산 꿩이 우는 숲, 하늘에는 바람이 연을 몰고 간다. 끊어져도 웃음이 나고 높이 날면 덩달아 신난다. 하늘과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된다.

송홧가루가 날리던 날, 소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송홧가루가 날아들었다. 싫지 않은 공격이었다. 바람도 힘을 합쳤다. 가져온 몇 가지 물품이 날아갔다.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하는 동안 돗자리에 송홧가루 물결이 생겼다. 금방이라도 날아 오를듯한 가벼운 가루끼리 두꺼운 층을 이루고 바람과 맞서고 있다. 내가 일어서면 송홧가루는 흩어질 것이다. 냄새도 좋고 바람도 신선하여 하늘 보고 누운 하루가 소나무 그늘의 추억이 되었다.

소나무가 있는 곳은 지대가 높아 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근처에 어린이 놀이터도 있고 인공분수대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도 시원하다.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얕은 계곡도 있다. 자연의 소리와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그곳이 나는 좋다. 늘 그곳으로 간다.

일요일 오후, 문암생태공원을 찾았다. 소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는데 인공폭포에서 세찬 물소리가 쏟아진다. 미세먼지에 지친 마음이 씻어진다. 아이들이 소리치는 곳은 바닥분수다. 물기둥은 높이 솟았다가 스러지고 다시 솟아오른다. 옷이 젖어도 행복하고 물줄기에 맞아도 즐겁다. 뛰다가 서로 부딪쳐도 웃음이 나고, 넘어져도 재미있다. 폴짝폴짝 뛰면 더 시원하고 빙글빙글 돌아도 덥지 않다. 바닥분수는 가장 인기 많은 놀이기구고 좋은 친구다.

소나무 그늘은 자리가 없다. 눈치 보며 빈 돗자리 옆에 자리를 잡았다. 비탈이라 미끄러지고 그늘보다 햇빛이 많다. 몸이 불편하니 마음도 불편하다.

멀리서 트럼펫 소리가 들린다. 동요도 불고 예전에 즐겨듣던 노래도 불어서 즐기며 들었다. 공원에서 자연의 소리와 함께 듣는 트럼펫연주는 이채로웠다. 연주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우렁찬 스피커 소리가 고요한 공원을 깨웠다. 공연을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은 스피커를 통해 그대로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인가 보니 인공폭포 앞에 공연단이 무대를 만들었다.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이 노래 부른다. 귀에 익은 트로트다. 여자는 첫 노래 이후 반응이 없자 목소리를 높여 호응을 유도한다. 굵고 탁한 소리가 쩌렁쩌렁하다.

바로 앞은 어린이 놀이터다. 멀지 않은 곳에 바닥분수도 있다. 조금 지나자 반주곡 소리를 높였다. 고막을 찌르는 트로트 반주곡은 폭포 소리를 삼켰다. 노래는 계속됐다.

시끄러워 자리를 옮겼다. 빈 나무 그늘은 찾기 힘들고 마땅히 쉴 곳도 없어 트럼펫 연주회 하는 곳으로 갔다. 작은 음악회 현수막을 걸어놓은 무대는 회원 몇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멀리서 들을 때는 트럼펫 소리가 좋았는데 가까이서 들으니 시끄럽다.

하모니카 연주가 시작됐다. 하모니카 연주 소리는 들리지 않고 반주곡만 크다. 그런데 차츰 반주곡 스피커 소리가 높아간다. 맞은편 공연단 스피커 소리도 높아갔다. 두 곳에서 들리는 스피커 소리는 공원의 평화를 깨고 뒤흔들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반응에는 아랑곳없이 스스로 감정에 도취하거나 상대와 경쟁하듯 내지르는 소리는 음악이 아니었다.

조영의 수필가
조영의 수필가

공원은 함께 사용하는 공공장소다. 쉼터이기도 하다. 휴일 휴식의 공원이 음악회나, 공연단이 경쟁하듯 하고 자신만을 위한 기량을 뽐내는 장이 되어야 하는지, 공연을 준비하는 목적부터 생각해 볼 일이다.

때로는 작은 소리가 설득을 얻는다.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다. 소리가 크다고 잘하는 것만은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로운 마음, 함께하는 호흡, 나누고자 하는 즐거움이 한데 어울릴 때 음악회도 공연단도 빛난다. 듣는 사람도 힐링이 된다.

공원은 시민들의 쉼표 같은 공간이다. 음악도 쉼표가 없으면 지루하다. 쉬지도 않고, 끝날 것 같지도 않은 시끄러운 소리에 일어났다. 주차장 가까이 오니 새소리가 들린다. 그제야 공원에 온 기분이 느껴졌다. 하늘은 맑고 바람도 투명하다. 공원에 더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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