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옛날 중국의 하나라 계(啓) 임금의 아들인 태강은 정치를 돌보지 않고 사냥만하다가 끝내 나라를 빼앗기고 쫓겨나게 됐다. 그러자 그의 다섯 형제들은 나라를 망친 형을 원망하며 번갈아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 중 막내가 불렀다는 노랫말 중에 '만 백성들은 우리를 원수라 하니, 우린 장차 누굴 의지할꼬. 답답하고 서럽도다 이 마음, 낯이 뜨거워지고 부끄러워지는구나'라는 대목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을 지닌 고사성어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유래다.

요즘 교육계 안팎에서 충북도교육청이 벌이는 행태를 보고 '후안무치'하다는 반응이다.

엉터리 공문으로 충북교육의 신뢰를 떨어뜨리고도 자성은 커녕 오히려 공문을 유출한 내부 공무원을 색출해 손을 보겠다는 '어설픈 시도'로 공직 안팎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문맥도 이어지지 않는 비문(非文)으로 작성된 '본청 시설방호 기본계획 변경 알림' 공문은 충북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이 속한 교육행정기관의 공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중복발송, 붙임문서 누락, 연도표기 오류 등 공문서 관련 행정 실수는 과(課)를 넘나들며 꼬리를 물고 터져나온다.

여기에 '일일이 수신처를 찾아야하는 일이 번거롭다'며 공문을 수백 곳에 일괄 발송해 학교는 '공문 폭탄'을 맞고 있다. 행정편의주의에서 비롯된 공문 일괄발송은 직속기관까지 비일비재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행정 실수가 결재과정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류투성이의 공문을 결재하고도 "하루에 처리해야 할 결재문서가 많아 자세히 못 봤다"는 낯뜨거운 변명은 그야말로 '후안무치'다. 이런 경우 창피해서 입밖으로 내지 못하는 것이 상식일텐데 경찰 고발을 통해 동네방네 소문을 낸 꼴이 됐다.

특히 제보자 색출을 통해 행정기관 감시와 견제 역할에 충실해야할 언론의 기능에 압력을 가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고발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데도 마치 보안문제가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호도하며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일이 알려지자 도교육청 직원들조차 "낯부끄럽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심지어 "언제부터 이렇게 보안의식이 투철했냐"며 이번 사태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묻고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데 도교육청은 아예 귀를 막고 있다.

도교육청은 여기에 한술 더 떠 학교현장에 불법을 선동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최근 법외노조와 단체협약을 맺고 이행 사항을 점검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도내 각급학교에 보냈다. 특히 미이행률 5% 이상 항목은 별도로 첨부했다. 도교육청은 학교에서 올린 보고서를 검토한 뒤 재점검이 필요한 학교에는 유선으로 통보하고 현장점검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전교조와의 단체협약은 효력이 없다'는 교육부의 지침도 무시하고 강행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불법 단체협약을 체결하고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법을 지켜야 할 교육감이 불법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도 모자라 아이들에게 준법정신을 가르쳐야 할 학교에 불법을 강요하는 꼴이다.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도교육청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법적 지위를 얻은 뒤에 이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떳떳한 충북교육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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