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수필가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살아간다. 성숙하지 못한 삶의 흔적은 실패, 아쉬움, 후회, 회한 같은 아픈 기억으로 남는다. 어느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깨닫게 되면 삶을 대하는 자세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을 수정하고, 자기다움으로 살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과거의 미진하고 불만족스러웠던 삶을 성찰하는 시간 속에서 푼크툼을 만나는 경험을 한다. 푼크툼은 자신의 어떤 부분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준다.

푼크툼(punctum)은 롤랑 바르트가 '카메라 루시다'에서 사용한 표현이다. 푼크툼을 김원섭 작가는 "바늘로 피부를 찌르면 아프듯이 사진 속 어느 대상이 내 마음을 톡 건드려 기억이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것"으로, 김종헌 작가는 "사진 속에서 푼크툼은 마치 화살처럼 사건의 현장을 떠나서 우리의 가슴을 찌르는 충격과 아픔, 상처를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푼크툼은 '내 마음을 콕 찌르는 그 무엇'이다.

내 마음을 콕 찌르는 경험은 사진, 그림, 말, 글, 행동, 표정, 몸짓에 한정되지 않는다. 영화를 보거나, 문학작품을 읽거나, 누군가와의 이야기 속에서도 푼크툼을 경험한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이 유난히 거슬리고 바늘로 찔림을 당하는 것과 같은 통증으로 느껴진다면 내 마음의 아픔과 상처, 해결되지 않은 삶의 문제일 수 있다. 책을 읽는데 마음을 콕 찌르며 오래 머무는 단어나 문장은 내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아픔일 수 있다. 누군가의 말에 감정이 울컥 올라와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나의 상처일 수 있다.

푼크툼은 자신의 존재와 본성을 만나게 해주는 마음의 통로다. 심리상담 공부를 시작하면서 내 마음을 콕 찌르게 하는 푼크툼은 '솔직함'이란 단어다. 나의 삶이 솔직하게 말하기, 솔직하게 행동하기, 솔직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진실 된 글쓰기로 채워지고 있는지 심연을 들여다보게 한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삶을 자각하게 해주는 푼크툼은 깨달음을 실천하게 해주는 동력인 만트라를 만나게 해준다. 류시화 시인은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서 "산스크리트어에서 '만트라'의 '만'은 '마음'을 의미하고, '트라'는 '도구'이다.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마음 도구'이다. 특정한 음절이나 단어, 문장을 반복하면 강력한 파동이 생겨 마음이 초능력에 가까운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 만트라 원리이다."고 설명한다. 만트라는 일종의 자기최면이고, 마법의 주문이다.

누구나 염원을 기원하며 자신만의 삶을 완성해 나간다. 야구선수의 만트라는 타석에 들어섰을 때 모자를 만지거나, 장갑을 다시 조여 끼거나, 야구방망이를 서너 번 휘둘러보거나,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는 행위로 나타난다. 이런 행위들은 공을 잘 치고 싶은 갈망이 담긴 자기만의 신성한 의식이다. 기합 소리도 우승하고 싶은 염원이 담긴 만트라다. 내가 아는 팔순 어르신의 만트라는 무엇이든 또하고 또하고 싶은 열정이 담긴 '또또'다.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방식이 반영된 만트라를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이 뚜렷하게 보인다.

푼크툼과 만트라는 자아를 통합시켜 언행일치의 삶을 살게 해주고, 깨어있는 의식을 갖고 마음의 주인으로 살게 해주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서 근거 없는 우월감이나 이유 없는 열등감으로 살지 않게 해준다. 만트라는 헝클어지고 비뚤어진 인생을 바로잡아 주고, 인생의 전환기에 중심을 잃지 않게 해준다. 마음을 콕 찌르는 푼크툼과 자신에게 거는 마법의 주문인 만트라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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