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

정의와 인권은 불가분의 관련성을 갖는다. 정의를 말하면서 인권을 빼놓을 수 없고, 인권을 말하면서 정의를 배제할 수는 없다. 정의와 인권의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분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의는 각자의 몫을 각자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다. 정의의 문제는 특정분야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도 정의를 실현하기위한 구체적인 행위다. 행정도 마찬가지, 행정정의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불평등 문제가 발생한다. 공평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교육권도 정의에서 빼놓을 수없는 문제다.

정의는 최소한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최상위 개념이다.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라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인권이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정의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말과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의와 인권을 분리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인 인권을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문제는 지면관계상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자.

인권 개념은 지금까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같은 시대라도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배경에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인권의 구성요소들이 더욱 확장되어 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개인을 구속하고 제한하는 문제를 넘어 양심의 자유, 선택의 자유, 행동의 자유 등으로 까지 확장되었다. 이는 인종, 민족, 국가, 성별, 연령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해당한다.

카렐 바삭은 인권지평의 역사적 확장에 따라 1세대 인권, 2세대 인권, 3세대 인권으로 구분한다. 1세대 인권은 시민적, 정치적 권리와 자유를 강조하는 '자유주의적 인권관'이다. 2세대 인권은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적 인권관'이다. 3세대 인권은 평화권, 발전권, 환경권 등을 강조하는 '박애주의적 인권관'을 지향한다.

요한 갈퉁은 인권 목록에 따라 '청색인권', '적색인권', '녹색인권', '갈색인권'으로 구분한다. 청색인권은 부르주아 계급이 추구했던 시민적, 정치적 권리, 적색인권은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사회적 권리다. 녹색인권은 여성, 아동, 다양한 소수자, 이주자 등 여러 사회운동 세력들이 추구하는 환경권, 평화권 등을 포함하는 인권관을 말한다. 갈색인권은 자기결정권과 문화상대주의에 기반한 비서구권과 제3세계의 인권을 지칭한다.

[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1993년 제2차 세계인권회의에서 채택된 '비엔나 선언 및 행동계획'도 인권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인권은 모든 인류의 천부적 권리이며 모든 인권은 보편성, 불가분성, 상호의존성을 갖는다"라고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하면, "인권이란 개인의 권리이며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갖는 권리"로 규정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권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도덕에 근거한 도덕성, 실정법적 권리에 우선한다는 우선성, 양도 불가능성 등을 포함한다.

다시 본론으로 와서, 사실 인권관이 어떻게 변화되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과 현실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적용해 나가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예컨대 최근 교육계에서 학생들의 파마나 염색 규제를 놓고 다시 찬반논쟁을 벌이는 것도 이런 문제다. 여전히 우리의 교육현장이 학생들의 인권 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학생들의 두발 모양이나 염색 등의 문제는 개인들이 알아서 결정할 '자기결정권'에 속하는 문제일 뿐, 학교나 교사가 이래라 저래라 규제할 일은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의 교육정의는 곧 학생들의 인권문제와 직결된다는 시각에서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이런 소모적인 논쟁을 할 것인가. 학생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한 교육정의는 실현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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