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관 / 박용래

볏가리 하나하나 걷힌
논두렁
남은 발자국에
뒹구는
우렁 껍질
수레바퀴로 끼는 살얼음
바닥에 지는 햇무리의
하관(下棺)
선상(線上)에서 운다
첫 기러기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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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청 시절이 막 시작되었을 당시 이 시를 읽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렁 껍질/ 수레바퀴로 끼는 살얼음/ 바닥에 지는 햇무리의/ 하관(下棺)" 때문이다. 하관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시체를 묻으려고 파 놓은 구덩이에 관을 내림'이다. 누군가의 죽음을(누이인 홍래의 죽음이라는 설도 있는데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특정한 죽음의 기운이나 정서를, 이토록 신문기자보다 더 정확히 적시해 놓은 문장이 있다면 내게 알려 달라.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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