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를 위한 소심한 변명
고령 운전자를 위한 소심한 변명
  • 중부매일
  • 승인 2019.06.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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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하루아침에 아내와 딸을 잃은 이의 슬픔이 어떤 것일까.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는 그 슬픔의 원인은 85세 고령의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얼마 전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부처님 오신 날 발생한 통도사 사고처럼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고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작은 접촉사고를 내고 도망가는 운전자를 쫓아가 보니 노인이었다는 친구의 이야기. 몇 마디 나눠보니 정말 모르셨던 것 같아 그냥 보내드렸다고 했다. 시니어 클럽에서 일하는 친구는 노인 운전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데 잦은 사고로 어르신들의 안전을 늘 걱정한다.

언론 보도를 보면, 2018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22.1%가 고령자 운전자에 의한 사망자 비율로 역대 가장 높았다. 국내 전체 운전면허증 보유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9.5%인데 이들이 낸 사망 교통사고는 20%가 넘는 것이며 이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여러 지자체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자진 반납제도를 시행 중이다. 광주광역시나 여주시 등은 70세 이상, 전남은 75세 이상의 노인이 면허를 반납할 경우 10만 원의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올 7월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증 갱신 주기가 기존의 5년에서 3년으로 짧아졌다. 면허증 갱신 때 적성검사는 물론 2시간 과정의 교통안전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했다.

단순히 노인이 되어 신체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운전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신체기능이 정상적이더라도 난폭한 운전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도 많다. 노인 스스로 자각하여 운전을 안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사회적으로 노인 이동과 관련한 다양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운전면허 반납 시 지급되는 일시적 지원을 넘어 노인이 더 편안히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소득을 위해 꼭 필요한 노인 일자리 분야에서의 운전은 청년 일자리 등과 연계하여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은 어떤 사업이든 배달과 이동을 필요로 하므로 노인 일자리에서 제작한 생산품을 자활이나 청년 일자리 사업단이 배달해주는 것은 어떨까. 어르신들이 만든 반찬과 도시락을 청년이 운전하는 차에 실어 배달하는 시스템. 노인 일자리 사업단은 노인만, 청년 일자리 사업단은 청년만 일해야 하는 정책이 아니라 이 둘이 어우러진 정책이 가능하지는 않을까. 사실 기존 제도를 약간 수정하면, 양쪽 기관의 생각이 합해지면 금방 가능할 것도 같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노인의 운전에 대한 단상은 결국 노인복지 현장의 일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반납제도를 살펴보자. 일본은 1998년부터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반납제도를 시행해 자진 반납한 노인 운전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면허를 반납한 고령 운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희생하는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권리 침해 소지 때문에 강제할 수 없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은 자신의 안전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

운전이 필수인 시대다. 운전이 유일한 소득수단인 택시 운전사들의 최근 상황은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인다. 기술의 발달은 삶에 많은 편의를 가져 왔지만,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잔혹한 일이 되어버렸다. 시대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할 수도 있으나 누군가의 희생을 요하는 것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노인 운전도 마찬가지다. 노인 운전에 대해 노인들의 희생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저 나와 타인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배려하고 공감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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