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규완 전 충북중앙도서관장

한 두어 달 미루적거리다가 드디어 19만9천936번째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을 했다.

봄이 오면 꽃보다 시체를 더 많이 본다는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의 얘기를 듣고, '미리 준비하고, 즐겁게 마무리하는 게 품위있는 죽음'아란 그의 말처럼,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건강할 때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아내와 함께 우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키로 했다.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을 때 연명의료(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것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도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자연스런 죽음의 과정을 받아들임으로써 아름답고 존엄한 죽음을 몸소 실천하셨다.

생의 말기적 증상은 통증, 피곤, 입 마름, 손발 저림, 가려움이고 가장 많이 겪는 징후는 졸음인데, 깨워도 졸고 꼬집어도 반응이 없으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사망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게 편히 잠들면 얼마나 행복할까!

옛날 시골의 우리 어머니들은 어지간해서는 병원에 안 가셨다.

식구들의 성화에도 "괜찮다. 내 몸은 내가 더 잘 안다. 의원에 가면 없던 병도 생기는 거다." 고집을 부리시다 정 뭣하면 면소재지 약국 가서 당신 약은 시늉만 내어 짓고 자식들 원기소(어린이 영양제)만 사가지고 오셨다.

"의원 갈 돈 있으면 새끼들 꽁치를 사다 멕이지." 죄없는 가난의 시절, 돈이 없어 미리부터 병원과 의사를 거부했던 어머니들의 애잔한 삶이었다.

'피곤하지 않아도 휴식할 줄 알며, 아무리 바빠도 움직이고 또 운동하세요. 당신의 몸을 대신해 아파 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건강할 때 있는 돈은 자산이라고 부르지만 아픈 뒤 쥐고 있는 돈은 그저 유산일 뿐입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편지를 읽으니 財寶滿庫健失無用(재보만고건실무용, 재물과 보배가 창고에 가득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이란 글이 생각난다.

고대 페르시아의 세밀화가들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동 틀 무렵 서쪽 지평선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몸매를 가꾸는 노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헬스클럽에서 '시니어 트레이너'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의사에게는 '선생'이란 존칭이 붙는다. 존경하고 믿고 맡기니 인술(仁術)을 베풀라는 것이다.

조선의 명의 허준, 중국 전국시대의 명의 편작, 한나라 말기의 명의 화타, 그들은 다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읽은 의원들이었다.

환자가 의사를 믿으면 처방한 가짜약을 먹고도 병이 낫는다는 위약효과(僞藥效果, 플라시보 효과)도 있지 않은가!

불로장생의 영원한 삶을 꿈꿨던 진시황은 49세로 생을 마감했다. 진시황의 꿈은 참으로 무한 원대했다. 이룰 수 없는 꿈에는 스트레스만 쌓이는 법이다.

스트레스 받으면 부교감신경 활동이 줄어들어 침 분비가 덜 되고 입안이 건조해지고 결국 냄새유발 세균이 잘 자라 입냄새가 심해진다고 한다.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현직에 있을 때, 평소에는 안 그랬는데 입냄새가 나는 직원이 있으면 '아, 이 사람 지금 스트레스 중이구나.' 생각하고, 부담 안주고 편하게 해 주려던 기억이 난다.

한국인을 가장 괴롭히는 질병 1,2위가 허리병과 당뇨라는 연구 결과다.

삐딱 자세 고치고 자주 걸어야 허리가 장수하고, 당뇨 예방을 위해선 많이 움직이고 소식(小食)해야 한단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의 걷기 예찬이다.

"하루를 축복속에 보내고 싶다면 아침에 일어나 걸어라."(헨리 데이비드 소로, 1800년대 미국의 사상가겸 문학자)

"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다나카 나오키, 일본의 이학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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