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국장 겸 대전본부장

대문 옆 담벼락에 기대어 핀 장미들이 싱그럽다

검붉은 장미의 자태는 요염하다. 그 곁의 핑크, 노란 장미 향기 또한 은은하다. 눈과 코가 호사를 누리는 성하(盛夏)의 계절이다.

선선한 밤이면 어둠을 타고 내려온 아득한 별빛이 아름답다. 매일 몸을 바꾸는 달빛도 살갑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다보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란 노래가 떠올려진다.

이 노래는 정지원 시인의 시다. 시인은 가수 안치환에게 노래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노래는 히트를 쳤고 안치환은 인기가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시를 쓴 정 시인의 이름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어짜됐든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란 싯귀는 이 시의 핵심이다.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니, 은유라해도 이런 역설이 없다.

가슴 벅찬 감동의 시적언어를 딴지를 걸며 따지자는 얘기는 아니다.

게다가 '화향백리(花香百里), 인향만리(人香萬里)'이니 사람이 아름답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고, 어떤 사람의 향기가 그윽한 것일까. 남을 배려하고, 욕심을 절제하고 덕망을 갖추면 향내 나는 사람이 아닐까.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고 남을 위해 봉사하며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도 그럴 것이다.

마음결이 고운 고매한 인품이면 더할 나위가 없다. 정 시인이 말했듯 '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은 사람'도 그런 사람일 것이다.

필자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에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향기롭지 않은 사람들의 기억이 더 많은 탓이다.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는 해괴한 사건과 인간 말종을 접하면 더욱 그러하다.

누구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사람과의 관계로 고민한다. 지독할만큼 지연, 학연, 혈연관계가 공고하니 그들만의 세상이다.

문제는 평소엔 좋은 관계였다가도 이해가 충돌할 때 심한 갈등을 빚는다는 것이다. 급기야 권력과 몇 푼의 돈을 놓고 배신하고 다툼을 벌인다.

어느 단체장의 경우를 보면 이런 믿음은 확고해 진다. 그는 오랜 친구를 배신하고 결국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의 출셋길을 도왔으나 의리를 저버린 나쁜 친구가 된 것이다.

허욕의 화신은 또 있다. 요즘 대전시청에서 잘 나가는 어느 간부의 사례다.

그는 수년 전 부이사관 진급을 앞두고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 승진의 이유를 들어 부하직원에게 운전자 바꿔치기를 강요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직위를 악용한 것이다. 자격 없는 공직자인 데도 꽃길만 걷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또 다른 국장도 음주운전에 단속됐으나 잠시 파견근무를 마친 뒤 승승장구다.

지역방송 한 앵커의 파렴치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두 번의 음주단속 처벌을 받고도 버젓이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뉴스 시간이면 음주사고와 음주단속을 운운하니 시청자 기만이고 소가 웃을 일이다.

대전을 움직인다는 사람들의 역겨운 행태다. 이들을 볼 때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사람과 달리 꽃과 나무는 다툼이 없다. 자연은 시기와 질투, 탐욕도 없다.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뽐낼 뿐이다.

꽃처럼 향기 나는 삶은 어떤 것일까. 선한 사람과 함께하면 난(蘭)처럼 자신도 동화돼 주위에 향기를 퍼뜨린다고 한다.

맑음 바람이 만 그루의 솔 나무를 움직이는 이치와 같다. 새삼 공자의 말씀이 새롭다.

키워드

#김강중칼럼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