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요즘에는 동양인 체구에 히잡을 쓴 여자들을 가끔씩 본다. 어느 나라인가 하고 물으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라고 하여 이슬람교가 동남아까지 전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래 전,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릴 때 사람들이 열광하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이곳 국제공항은 2년 전 북한의 김정남이 암살당한 곳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얼마 전 아내와 같이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로 여행을 갔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말레이반도 남단과 보르네오섬 일부에 걸쳐 있는 입헌군주제 국가로 230년 전 영국의 지배를 받기 시작해 1957년 싱가포르를 제외한 말레이반도가 통합하여 말라야연방으로 독립하였다. 현재 영연방의 하나로 인구는 3천만 명 정도이고, 반도의 11개 주는 서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북부의 2개 주는 동말레이시아라 불린다.

조호르바루에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 중 한 곳을 갔다. 19세기 후반, 이 지방을 통치하던 조호르 술탄이 왕궁을 건설한 뒤부터 발전하였고, 장대한 모스크, 술탄의 왕궁공원 등이 있다. 근처 마을을 가보니 이슬람식 생활문화들을 볼 수 있었다.

다음 날 인도네시아 바탐 섬으로 갔다. 인도네시아공화국은 자바·수마트라·보르네오 등 1만 4천개 섬들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섬나라이다. 인구는 약 2억7천만 명,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으로 종교는 이슬람교가 87%로 가장 많다. 그런데 오래 전 발리 섬을 갔더니 집집마다 힌두교 신을 모시고 제사를 올리는 것을 보았는데 지역마다 종교가 다른 것 같다.

바탐 섬에서 민속마을과 해변 리조트를 갔다. 순박한 바탐 원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고, 특히 부자들은 혼자 사는 여자들을 위해 부인을 4명을 둔 경우도 있었다. 이곳에서 야자나무가 많은 마을에서 전통무용을 감상하며 코코넛을 사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착하고 부지런한 현지 가이드 덕분에 여행이 즐거웠고, 바탐의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한국 교민들을 볼 수 있는데, 바탐 섬에도 성공한 한국인들이 많다고 한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느리게 사는 사람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약하지만 이 나라만의 특별한 생활방식과 풍습, 문화들을 보고 듣고, 앞으로 살아가는 나의 삶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여행은 마음의 신선함, 놀라운 일에 대한 견문, 새로운 나라를 보는 기쁨,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통하여 새로운 것을 발견하며 경험을 쌓는다.

작고한 신영복 교수는 "인생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했다." 냉철한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이 그만큼 더 어렵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며 따뜻한 온기와 느리게 살아가는 삶을 보았다. 우리는 생소한 곳을 가면 겸허하게 하고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가를 깨닫게 된다. '인간은 여행을 통하여 겸손해지고 자기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풍습과 문화를 보면 정신이 다시 젊어지고, 열정도 생긴다. 우리 모두 여행을 통하여 새로움에 대한 흥미를 터득하고, 지금 살고 있는 삶이 행복하다는 것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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