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이정민 제천고등학교 교사

필자가 얼굴사진 게재를 원치 않아 첨부 안했습니다.

봄이 되면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벚꽃이지요. 벚꽃은 벚꽃이 가지는 특유의 색감과 떨어질 때 하늘하늘한 꽃잎이 그 매력입니다. 하지만 짧게는 1주일 길게는 2주일 남짓한 시간만 매력을 보여주니 아쉬움이 가득하지요. 그런데 이 아쉬움을 채워줄 나무가 요즘 가로수로 많이 보입니다. 하얀 꽃잎이 무리지어 멀리서 보면 나무 위에 눈송이가 내려앉은 듯 보이는, 바로 이팝나무입니다.

이팝나무의 유래는 꽃송이가 흰 쌀밥을 닮았다고 하여 사람들이 '이밥나무'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하고, '입하(立夏)'절기에 꽃이 핀다 하여 '입하목'이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합니다. 옛날 조상들이 이팝나무 꽃이 잘 피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했다고 하며, 이팝나무와 비슷한 이름인 조팝나무의 유래도 꽃송이가 조밥(좁쌀밥)을 닮았다고 하여 '조밥나무'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것을 보니, 전자의 유래에 더 믿음이 갑니다.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 자생해 온 이팝나무가 2010년대에 와서 가로수로 많이 심기게 되었을까요? 20~30년 전 우리의 주변에 있던 가로수로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아마도 플라타너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동네 곳곳에 키가 큰 플라타너스가 높게 서 있고 커다란 이파리가 낙엽으로 떨어져 있어서 바스락바스락 거리며 장난치고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플라타너스는 이식이 잘되고 공해에 강하며, 넓은 그늘이 져 가로수로 적합하였습니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 말부터 해방 이후에 집중적으로 심겨졌습니다. 그러나 플라타너스 종자에는 바람에 씨가 잘 날리도록 털이 붙어 있는데, 이 씨의 털이 솜뭉치를 이루면서 거리 곳곳에 뒹굴어 다니다가 사람 몸속으로 들어오면서 호흡기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에 가로수로서의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그 다음으로 생각나는 가로수는 아마도 은행나무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봤듯 은행나무는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드는 잎이 매우 아름다우나 열매를 밟으면 악취를 풍겨 은행나무 밑을 조심조심 걸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은행나무 중 암나무를 제거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옵니다. 그러다보니 은행나무의 식재 자체는 증가하나 전체의 비율은 줄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메타세콰이어가 있습니다. 메타세콰이어는 쭉 뻗은 늘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고, 줄 지어 서 있을 때의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사람들에게 사랑받습니다. 하지만 나무의 크기가 크고 높아서 협소하거나 전선이 있는 공간에는 식재할 수 없어 가로수로 쉽게 심지 못합니다.

이팝나무는 플라타너스만큼 또는 그보다 공해에 강하고, 은행나무처럼 열매에 악취를 풍기지 않고, 메타세콰이와 다르게 협소한 공간에도 식재가 가능하다는 다양한 장점으로 인해 가로수로 심기게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장점은 벚나무도 가지고 있지만, 벚나무의 한 가지 단점을 꼽는다면 흩날리며 떨어져 쌓여 있는 벚꽃잎을 누군가는 힘들게 치우셔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팝나무의 매력은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후에도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많이 심겨질까요? 알 수 없습니다. 기후 상황이 또는 우리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변해가는 가로수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지금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완벽한 것이 아니라 이 시대에 가장 잘 적응한 것인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니 누군가 나에게 부족하다고 얘기해도 슬퍼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대와 조금 맞지 않는 재능을 가지고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대가 변하여 나의 재능이 빛을 발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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