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 자부심… 인삼약초 연간 6천200억 규모 거래

"신선한 수삼 향기에 취하고 약효에 놀라는 인정 넘치는 시장으로 놀러오세요" 금산수삼센터 상인들은 "시장은 직접 찾아와야 제맛"이라며 택배로는 얻을 수 없는 풍성한 정보와 인심을 덤으로 얻어갈 수 있다고 자랑했다. / 금산군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금산 인삼약초시장이 건강효도관광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인삼약초만 연간 6천200억원 규모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생삼의 80% 이상이 금산에서 거래된다. 전국 3대 약령시장 중 한 곳이 또한 금산이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바탕으로 성장한 금산 인삼약초 시장과 상인들의 이야기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 편집자

 

금산인삼에 대한 상인들의 자부심은 특별하다. 산악지방의 중심지였던 금산은 예로부터 인삼 농사가 발달했다.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됐고 인근 지역으로 인삼재배 면적을 늘려갔지만 타지에서 생산된 인삼도 금산에 와서야 비로소 인삼 대접을 받았다. 생산량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국 인삼 경작지의 상당부분이 금산에 집중돼 있다. 충남지역 경작지 가운데 금산이 차지하는 재배면적은 40% 규모다.

이렇게 생산된 금산 인삼은 5일장(2일과 7일)과 일반 판매장을 통해 소비자들을 만난다. 인삼의 가공 전 단계인 수삼을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시장이 수삼판매장이다. 금산에서 수삼을 시장형태로 판매하는 곳은 모두 세 곳이다.

금산수삼센터와 농협수삼랜드, 금산수삼시장에 가면 다양한 품질의 수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금산수삼센터에는 400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고 금산수삼시장㈜에는 100이 넘는 상인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농협수삼랜드번영회를 통해 소비자를 만나는 상인들도 30명이 넘는다.

정감 넘치는 시골장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장날과 장안 날(장 전날) 수삼센터를 방문하는 게 좋다.

5일장 전날에는 도매시장이 문을 열기 때문에 전국에서 대량으로 수삼을 가져가는 도매상인들로 판매장과 도매시장이 북적인다.

택배문화가 발달해 직접 시장을 찾는 발길이 줄었다고 해도 장날 풍경은 또 다른 정취를 안겨준다. 상설판매장 안에는 여전히 덤 문화와 시골 인심이 살아 있다.

금산수삼센터에서 30년 동안 판매장을 운영해온 고옥순 여성부장은 "직접 먹을 삼과 선물용 삼을 구분해 원하는 대로 맞춤형 수삼을 구입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종류의 수삼을 거래하고 있다"며 "택배를 통해서는 맛볼 없는 시장의 넉넉한 인심을 덤으로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삼센터 판매장에서는 한때 900명이 넘을 정도의 상인들이 수삼을 판매했을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생산량이 줄고 상인들이 고령화되면서 빈자리가 늘었지만 여전히 400명이 넘는 상인들이 한 공간에서 적게는 2명, 많게는 4명까지 판매장을 공유하며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이영숙씨는 22년 동안 판매장을 지켰다. 신선한 수삼을 다양한 가격대에서 만날 수 있다며 직접 수삼센터에 방문할 것을 권했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많아요.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상인들은 수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어르신들을 위한 효도 건강관광지로도 금산에 한번 방문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모든 삼의 기본의 되는 수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이영숙씨는 "수삼이 못생겼다고 해서 성분이 다른 건 아니거든요. 선물할 게 아니고 직접 먹을 거면 저렴한 가격에 넉넉하게 챙겨갈 수도 있어요."

판매장에서는 1차적으로 파삼을 선별해 양질의 수삼만을 취급하지만 대·중·소, 특대, 왕대까지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수삼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가격과 품질 면에서 고객들의 필요를 맞춰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산 사람들은 감기를 몰라요"라는 얘기가 금산에선 흔한 농담이다. 그만큼 수삼을 생으로 갈아 우유에 타서 먹거나 쪄서 홍삼을 만들어 먹는 일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파삼을 가져다 홍삼이나 흑삼을 만들어 먹는 경우도 있다. 금산에서 수삼은 요리의 기본재료로 통한다.

길게는 60년 동안 수삼센터를 지킨 상인부터 짧게는 수십 년 판매장을 지켰던 상인들은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우리고유의 농업유산인 인삼을 알리기 위해서도 더 많은 젊은 사람들과 학생들이 금산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인삼시장의 하루는 새벽 7시부터 시작된다. 생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저녁 6시가 되기 전 박스로 포장해 저온저장고로 보냈던 생삼을 되가져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전 8시가 되면 각 판매장엔 생삼 박스를 다시 풀어 진열하느라 활기를 띤다.

인삼 향기에 취하고 시골장의 인심을 만끽할 수 있는 곳, 금산 수삼시장에 가면 단단하고 향기 진한 금산인삼을 넉넉하게 만날 수 있다. 

 

인삼산업 규제완화로 활성화 필요

김관엽 (주)금산수삼센터 대표이사

"하루 평균 수삼 거래량이 50톤 정도 됩니다. 인류의 영약으로 불리는 인삼의 집산지가 바로 금산입니다"

김관엽 (주)금산수삼센터 대표이사는 100년 역사를 간직한 금산수삼센터의 자랑을 이렇게 시작했다.

좋은 품질의 인삼을 다양한 가격대로 만날 수 있는 살아 있는 시장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김 대표가 꼽은 수삼센터의 자랑이다.

성수기인 9월부터 11월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도매상인들이 몰리는, 장날 전날인 1일과 6일에도 가득 가득 쌓여 있는 수삼을 보는 일이 흔한 풍경이다.

도매시장을 찾는 하루 방문객만 수천 명에 달하고, 비수기에도 대략 1천명의 방문객들이 시장을 찾고 있다.

올해 2월 취임한 김관엽 대표는 인삼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생산단계부터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금산 인삼에 대한 신뢰를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성기와 비교하면 시장은 많이 축소됐지만 인삼의 역사적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산 교육장이 100년 역사의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시작해 올해로 39년째 시장을 지켜온 김관엽 대표는 수삼에 대한 적극적 홍보를 앞으로 과제로 꼽았다.

여전히 인삼은 비싸다는 인식은 편견이라는 것이다. 생산원가에 못 미칠 정도로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무조건 저렴하게 판매하기보다 지속가능한 생산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가격 안정화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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