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정삼철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충북학연구소장

과수화상병은 '에르위니아 아밀로보라(Erwinia amylovora)' 병원균이 원인주로 사과·배 나무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식물 세균병이다. 감염되면 나무가 불에 그슬린 것처럼 말라 죽는 증상을 보여 일명 '불마름병'이라고도 한다. 정부는 이를 금지병해충에 의한 국가검역병으로 분류하고 식물방역법에 의거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에 이어 최근 발생한 과수화상병이 진정되지 않고 계속 확산되면서 정부와 지자체, 전국 과수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 병은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법이 없고, 선제적 예방이나 뿌리까지 뽑아 매몰 처리하는 방법 이외에 뾰족한 대책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4일 농촌진흥청은 그간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던 경기 안성, 충남 천안, 충북 제천과 충주, 강원 원주와 평창을 대상으로 2019년도 '제1차 과수화상병 예찰조사'를 진행한바 있다. 이 과정에서 충남 천안지역의 배 과수원 5곳이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24일엔 두 번째로 충주 산척면 사과 과수원 1곳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5월 28일에는 11곳으로, 6월 7일에는 19곳으로 계속 늘어났다. 이후에도 계속 확산되어 6월 12일 현재 충북 도내에서만 과수화상병 확진 판명을 받은 농가가 충주 21곳, 제천 8곳 등 모두 29곳(20.09㏊)으로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현재 접수된 의심신고만 충주 20건, 제천 14건, 음성 2건 등 총 36건에 달해 추가 발생 가능성이 높아 심각성이 확대되고 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과수화상병이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 2015년으로 3개 시·군 68농가(59.9ha)에서. 그리고 이듬해 2개 시·군 32농가(19.7ha), 2017년엔 2개 시·군 55농가(31.7ha), 지난해는 6개 시·군(천안, 안성, 충주, 제천, 원주, 평창) 135농가(80.2ha)로 늘어나 과수원 폐원과 손실보상금(205억) 등의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는데 올해 또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이 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아직 잘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정삼철 충북연구원 성장동력연구부장
정삼철 충북연구원 성장동력연구부장

과수화상병의 심각성은 현재까지 발병 원인과 경로, 치료방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단 발병되면 추가적인 피해와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먼저 사후처리를 위해 과수원을 폐원할 경우 다시 생산기반을 갖추는데 대략 5~10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에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화상병 발생국가의 배와 사과 묘목은 물론 생과일 수입까지도 전면 금지해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 화상병이 완전히 사라진 이후에라도 5년이 경과해야만 화상병 안심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고, 그래야만 수출이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과수화상병의 감염 원인과 경로 등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병원균은 수일~수주, 수년간 잠복해 있다가 발병환경이 좋아지면 발현한다. 외부기온이 25~29℃ 일 때 병원균 증식이 활발해 져 발병 시기는 주로 5~8월경에 집중된다. 사과와 배 이외의 식물에서도 발병이 확인되며, 특히 모과는 감수성이 매우 높다. 이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근본대책을 다함께 모색해 나가야 한다.

우선은 예방이 중요하므로 공공부문은 과수화상병에 대한 발병원인과 특성, 전파경로 등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 모든 생물은 기후환경 기상조건에 영향을 받고, 과수화상병도 그런 조건 아래 발병한 점을 감안할 때 보다 건강한 과수묘목 생산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무리하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생태계 원리의 착한농업으로 충북의 과수산업 기반을 위협하는 현실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도록 지역의 모든 주체들이 협력하고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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