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민우 부국장 겸 사회경제부장

해마다 청주시는 7월, 1월에 맞춰 대규모 정기인사를 단행한다. 여기엔 전보·승진·보직 인사도 모두 포함된다. 또한 경찰, 검찰, 법원 등 중앙정부 기관도 이쯤에 정기인사를 단행해 전방위적 공직사회의 자리이동이 잦아진다. 인사철이 되면 승진축하 코멘트가 넘쳐나지만 승진파티의 이면에 존재하는 탈락자의 모습은 주목받기 어렵다. 청춘과 궤를 함께 한 곳이었기 때문에 패배감과 박탈감은 치명적이다. 그래서 시 공무원들은 승진에 목을 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주시의 경우 서기관·사무관 승진 등 수백명에 달하는 대규모 승진·전보인사가 오는 6월 말 예정돼 있다. 매번 인사철만 되면 각종 소문과 근거없는 루머가 무성하게 나돈다. 인사 설계권(?)을 쥐고 있는 기획행정실 주변엔 직원들의 근무평정 수혜 등 각종 말들이 근거없이 전해지고 있다. 시 추진사업과 정책 진도도 안 나간다. 관가의 분위기는 마치 시골장터(?) 같이 어수선하다.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소리만 들리는 것이다.

인사는 '적재적소(適材適所)' 원칙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사람을 잘 쓰면 성공한 시장이 될 수 있다. 이 점은 인사권자가 각별히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지연과 혈연, 특정고 출신 학연 등을 배제하고 사람 자체만 보고 쓰임새를 판단해야 한다. 일단 발탁했으면 믿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조선시대 실학자 순암 안정복은 인사를 하는 윗 사람이 멀리 해야 할 세가지 타입의 관리로 '勢吏(세리), 能吏(능리), 貪吏(탐리)'를 들었다.

'세리'는 권세를 믿고 멋대로 조종해서 자기 名利(명리)만 쫓는 자를 말한다. '능리'는 윗사람을 능숙하게 섬겨 총애를 잡고 재주를 부려 명예를 일 삼는 자를 말한다. '탐리'는 백가지 계교로 교묘히 私利(사리)를 구하고 자기 몸만 살찌게 하는 자를 말한다. 이는 ▶권력에만 의지하는 사람 ▶능력보다는 윗사람의 비위만 맞춰 총애를 받는 사람 ▶사리사욕만 추구하는 사람은 멀리 하라는 뜻이다. 시 공직사회는 굳이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않아도, 창의적인 기획없이 현재의 자리에서 무사히 버티면 된다는 식의 무사안일이 팽배해 있다. 그러면 시정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조직은 '활기'를 잃어갈 수밖에 없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부장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부장

민선 5기 청주시장을 역임한 한범덕 시장은 '연공서열'의 인사 방식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그는 옛 청원군 공무원 조직과 개개인을 파악하는데 신중했다. 하지만 매번 인사에서 특정고 출신 승진발탁과 주요 보직 임명 등으로 소속 공무원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앞으로는 실·국장들에게 소신껏 그리고 재량껏 실·국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재량과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사람은 자기가 소속된 조직 내에서 누구나 잘하고 싶어하고 잘 보이고 싶어한다. 이를 어떻게 조직내 접목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직분을 고려한 적당한 연공서열과 조직내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의 적절한 발탁이 어우러져야 '건전하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진다.

승진에서 모두를 배려할 수는 없지만, 누구도 납득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고 요구된다. 또한 '원칙있는 인사', '묵묵히 일하는 인사가점', '공평·공정한 인사'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인사를 통해 시정이 더욱 안정되고 조직내 잠재된 역동성과 창의력이 십분 발휘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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