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요즘 청소년들의 비행과 탈선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학교폭력에 대한 우리들의 무관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1일 직업학교에서 만난 친구를 '장난감' 다루듯 집단폭행해 숨지게 한 10대들 사건은 또 한번 우리모두를 아연질색케 했다. 심지어 친구가 숨져있는 현장에 두고온 물건을 가지러 현장확인까지 했다고 한다.

'한 나라의 미래를 알려면 그 나라의 학교 교실을 찾아 가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청소년 폭력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은 조직화되고 잔인하며 반인륜적 양태를 나타내고 있다.

종전의 학교폭력은 또래끼리의 갈등 해소 수준이거나 일부 비행 학생들의 일시적 탈선 행동이었다. 하지만 최근 학교 폭력은 이제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학교폭력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가 조사한 작년말 학교폭력 실태에 따르면 전국 학생 중 0.8%(약 2만8000명)가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한 설문에서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70%가 넘는 학생들이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를 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실제로 학교폭력 신고를 하거나 선생님 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는 3%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들이 정보가 유출되어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올까 두려워 하고 있으며, 보호자 역할을 마땅히 해야 할 우리들은 방관으로 일관해 왔다는 반증일 것이다.

과거 1964년 뉴욕에서는 한 여성이 강도를 당했으나 목격자들이 이를 방관하다가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키티 제노비스 살해사건) 1985년 일본에서는 도요타상사 회장을 연행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30여명의 기자가 모였다. 이때 칼을 든 괴한 2명이 "회장을 죽이러 왔다"며 그의 집에 들어갔으나 아무도 이를 막지 않아 회장이 살해되었다.(도요타상사 회장 살해사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난처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반응과 행동을 참고하게 된다. 이것을 '구경꾼 효과' 또는 '방관자 효과'라 한다. 방관자들을 무조건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제도와 시스템이 부족하더라도 관심과 용기를 내어주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은 더 고립될 수 있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내 문제도 아닌데 굳이 신고해서 뭐해! 괜히 불똥 튀니까 가만히 있자?' 지금 당장만 아니면, 계속 아닐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미투(Me Too)나 위투(Wee Too)운동 역시 한 사람의 작은 용기에서 일어난 대대적 변화였다. 제도적인 변화도 시급하다. 학생들의 대답과 반응에 주목해야 한다. 용기 내어 신고하는 학생들의 비밀이 보장될 수 있고, 2차 피해로부터 안전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에 보다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학교 폭력에 대한 학교의 대응이 너무 미비했던 것도 사실이다.

더 이상은 늦지 않게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해야 한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아픔은 아이들의 교우관계와 인성을 파괴할 뿐 아니라 즐겁고 행복해야 할 학창시절을 슬픔과 아픔의 기억으로 남게 하는 만큼, 우리 모두 사랑의 반대말인 '무관심'으로 일관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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