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문턱서 간 받아 새 삶… 사재 털어 8년째 활동

강화식
강화식

[중부매일 임정기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평균 11.6명이지만 대한민국은 25,8명으로 최근 13년 동안 연속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자살과 빈곤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청장년들에게는 이 또한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일지도 모른다. 정신건강 약화와 상대적 빈곤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극단적 선택은 유가족과 주변인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12년부터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8년째 활동을 해오고 있는 강화식 (사)'나사랑자살방지협회'회장(66)을 만났다. 부인 서기영씨(64)와 함께 활동하는 그는 IO-WGCA생명존중본부 대표이기도 하다. / 편집자
 

▶생명존중 운동은 왜 소중하다고 보나.

- '생명존중은 인류가 지켜야 할 최대의 가치이며 사명'입니다. 생명(生命)은 존재의 본질로 말 그대로 살라는 하늘의 명령(生-命)입니다. 때문에 삶은 하나의 형상이 아니라 하나의 명령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고 있을 때 그것은 단순히 "살아있다."가 아니라 "너는 살아라"는 하늘의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것인 만큼, 하늘의 명령에 따라 사는 온갖 삶의 형태가 하나님의 본성이고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인간의 생명은 침해해서도, 당해서도 안 될 고유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살까말까 망설이는 것은 하늘의 본성을 어기는 것 입니다.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었다는데.

- 저는 목회생활 25년 차에 회복하기 어려운 병을 얻었습니다.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간경화 말기에 림프종악성종양(혈액암)까지 발병한 상태였어요. 의사는 '의학적 생명이 72시간 남았다'며 사망선고를 내렸지요. 3일 후면 죽는다는 말을 듣고 일가친척과 지인들이 제 마지막 모습을 보려고 찾아왔어요. 피부는 황달을 넘어 흑달이 와 흑갈색을 띄었고, 노란 눈은 초점을 잃어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복수가 차 온 몸에 부종이 왔고 장기가 눌려 음식 섭취는 커녕 숨쉬기조차 어려웠습니다. 통증이 너무 심해 마약성 진통제 처방에만 의존하다가 간성혼수에 빠져들기 일쑤였어요. 모두 임종만 기다리는 상황이었는데 기적적으로 2009년 2월 간 이식을 받았습니다. 생명을 나눠받은 저는 이제 내 삶을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바쳐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처음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생명존엄 인식을 갖게 설득하다가 언제부터인지 강연을 다니게 되었고, 그 횟수가 많아지자 강사들을 양성, 함께 활동했습니다. 지난 2013년 10월 비영리법인인 (사)'나사랑자살방지협회'를 설립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연간 사회적으로 입는 경제적 손실도 큰 것으로 아는데.

- 우리나라 자살률은 지난 2016년 기준으로 볼 때 인구 10만 명당 평균 25,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11.6명 보다 높습니다. 13년간 1위라는 불명예에 올라 있어요. 이는 현재 하루 36명, 연간 자살사망자 1만3천92명으로 한 해 자살유가족 자살위험은 8,3배로 높으며 매년 7만 건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살은 유가족과 주변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우울증 등을 촉발해 제2, 제3의 자살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전염병과도 같습니다. 원인은 개인의 정신질환이나 질병이 주이지만, 다른 선진국과 달리 소득 불평등 등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실업률과 상대적 빈곤,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면서 자살률이 높아져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2년 카드대란, 2008년 미국 발 세계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수직 상승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로인한 사회 경제적 손실은 막심하지요. 우리나라는 자살사망으로 연간 6조5천억 원에 달하는 경제손실을 입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자살예방에 동참해야 합니다. 모두가 치유해야 할 중요한 세대통합, 사회통합의 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조성 캠페인 모습.

▶사재를 털어 운영해 오는 것도 한계가 있을텐데 지자체나 기업의 동참은 어느정도인가.

- 자살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말처럼 그저 당연한 명제처럼 들립니다. 누구나 수긍은 하지만 막상 '나, 너, 우리가 해야 할 일'로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자살예방을 위해 비영리법인인 (사)'나사랑자살방지협회'를 설립, 8년간 활동해 오면서 어려움 또한 현실입니다. 사재를 들이고 지인들의 후원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최근에는 지자체와 일부 기관에서 예산이 편성되면서 민관협력이 작게나마 시작되고 있어요. 예산은 경미하지만 이 점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살예방은 충동을 약화시켜 생명존중 인식을 갖게 하고 사회구성원으로 회복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성과보다 소중한 사회적 가치로 봐야 합니다. 국내 노인자살과 빈곤은 세계 수준입니다. 이는 청장년들에게도 다가올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정신건강 약화와 상대적 빈곤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봐요. 특히 노인들의 설자리가 줄고 있지만 생명존중이라는 선순환으로 볼 때 충분한 사회적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생명존중은 인류가 지켜야 할 최대 가치이자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뜻있는 기업이나 단체가 함께할 때 자살률을 더 낮출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IO-WGCA생명존중본부의 생명존중 활동도 겸해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 그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나, 너, 우리가 있어야 생명을 존중하고 존경받는 사회구성원으로서 그 사회적 가치가 발생됩니다. 그런 차원에서 더 많은 기업과, 단체의 후원은 의미가 있습니다. (사)'나사랑자살방지협회'는 비영리단체로서 기획재정부 지정기부금단체입니다. 함께할 기업과 단체, 지자체가 더욱 늘었으면 합니다. 지난 1일 천안 종합운동장 오륜문광장 '자원봉사자박람회'에서 국제기구세계녹색기후기구(IO-WGCA) 생명존중본부는 2805명이 참여한 가운데 캠페인을 가졌습니다. '나의 삶이 소중한 이유'란 글쓰기와 함께 "나는 나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내 주변에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발견할 때 그런일을 못하게 막고, 그 사람을 기꺼이 도와 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서약식도 했습니다. 참석자들로부터 호응이 컸어요. IO-WGCA생명존중본부의 생명존중 활동은 이처럼,나,너,우리모두 생명을 보존하고 지켜주는 생명사랑 운동이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모두가 IO-WGCA생명존중 활동가가 되어 정부와 지자체와 더불어 지구를 포함한 전 세계의 유·무기체를 기후환경변화로부터 보호하고 조화로운 발전을 이루는 녹색생태계를 조성해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생명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어르신 돌봄 멘토 결연을 추진하는 등 향후 하반기 빈곤,독거노인 사업에도 비중을 두고 일한다는 계획인데.

- 앞으로 하반기에는 충청남도내 30곳에 강사를 배치해 교육과 노인 심리검사를 통해 발굴한 자살징후 고위험군 어르신들을 돌볼 멘토 결연을 추진하고, 지난 해에 이어 독립기념관 겨레의 한마당(단풍나무숲길걷기행사)에서 제2회 생명보듬 함께 걷기 캠페인을 10월 12일에 열 계획입니다. 특히 노인 생명권보호를 위한 활동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노출된 빈곤·독거·우울노인들에게 생필품 마트지원, 문화예술지원, 게이트키퍼 멘토링지원 등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생명은 소중합니다. 저는 간이식을 받고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생명존중 운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도록 제 삶의 여정을 바칠 생각입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