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기 칼럼] 국장 겸 서울본부장

폴란드 U-20 월드컵 대회에서 준우승한 한국축구 대표팀이 금의환향했다. 남자축구가 FIFA 주관 세계대회에서 준우승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끈 20세 이하 우리 축구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한국 축구의 역사를 다시썼다. 특히 정 감독이 보여준 소통의 리더쉽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 우리는 하나 라는 '원팀'정신은 결승에 오르기까지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Generation Z)로 구성된 한국 팀은 대회 두달 전에 구성 돼 U-20 월드컵에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골짜기 세대', '낀 세대'라고 비아냥 대는 일부의 소리도 들었다.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강팀에 속해 '죽음의 조'에 속한 우리선수들은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 없었다. 특히 세네갈과의 8강 전은 영원히 잊지 못할 명장면을 연출했다. 전반 37분 세네갈 카벵 디아뉴에게 한 골을 먼저 먹은 리틀 태극전사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정 감독은 후반 7분 조영욱을 투입해 공격 쪽에 변화를 꾀했고 이지솔 선수가 페널티킥을 얻어내 이강인이 후반 17분 동점골을 만들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재익이 우리측 영역 안에서 볼을 다투다 손을 쓴 것이 비디오판독(VAR)을 통해 확인 돼 세네갈 니안 선수에게 페널티킥을 허용, 2대1로 뒤졌다.

이어 후반 40분 세네갈이 코너킥 상황에서 득점에 성공했지만 VAR 판독에 따라 무효 처리됐다. 모두 가슴을 쓸어 내린 순간이었다. 패색이 짙던 태극전사들은 기적 같이 후반 인저리 타임 50여초를 남기고 터진 이지솔의 헤딩골로 2대2 동점을 만들었다. 곧이어 연장전에 돌입한 양팀 중 먼저 골을 넣은 팀은 한국이었다. 연장전반 5분 이강인이 후방서 찔러 준 환상적인 전진 패스를 조영욱이 골로 성공시켜 3대2로 앞서 나갔다. 연장후반 종료 1분여를 남기고 다 이겼구나 할 때 세네갈 아마두 시스가 동점 극장골을 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승부차기에 돌입해 승리를 거머 쥘 때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 한국은 첫 번째 키커 김정민에 이어 두번째 조영욱의 슈팅 마저 상대 골키퍼에 막혀 2대0으로 뒤져 나갔다. 그러나 세네갈의 두번째 키커가 실축했고 세번째로 나선 한국의 엄원상이 승부차기 첫골을 얻었다. 이어 네번째로 나선 최준이 골을 성공시켰고 한국 이광연 골키퍼가 세네갈의 네번째 키커인 은디아예의 슈팅을 막아내 승부차기는 다시 2대2가 됐다. 드라마 같은 경기의 연속이었다.

임정기 국장겸 서울본부장
임정기 국장겸 서울본부장

한국은 마지막 키커 오세훈의 슈팅이 세네갈 골키퍼에 막혔으나 VAR판독으로 파울이 선언되면서 다시 기회를 얻어 골을 성공시켰다. 한국이 3대2로 앞서 나가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세네갈 키커의 슛이 골대 위로 나가면서 한국은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이끌어 냈다. 가히 세계 축구사에 남을 만한 경기였다. 태극전사들은 4강에서 에콰도르 마저 꺾고 결승에 올라,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을 펼쳤으나 1대3으로 져 준우승했다.

이번 대회기간 한국축구가 보여 준 경기력에 세계는 놀랐다. 어린 태극전사들은 '원팀'아래 똘똘 뭉쳐 싸웠다. 공중볼을 다투다 넘어지고 상대의 거친 태클에 쓰러져도 오뚜기 처럼 다시 일어났다. 태극전사들은 이번 경기를 통해 우리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태극전사들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다. 답답한 경제 현실 속에 미·중간 무역분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요즈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고, 민생을 외면한 국회와 정치권에 자극을 주었다. 모두 '하나'로 뭉쳐 어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세계를 놀라게 하고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쓴 '정정용 호'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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