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정부부처가 세종청사 근무 활성화를 위해 서울출장을 가지 않고 세종에서 오래 근무한 고위직 순위를 공개하는 일이 벌어졌다. 되도록 서울 출장을 가지 말고 세종에서 일하라는 취지에 대해 해당부서 직원들도, 지역주민도, 일반 여론도 공감하는 듯 하다. 이러한 고육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범 정부차원에서 각 부처에 내려진 세종근무 활성화 지침이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세종청사 근무가 제자리를 찾지 못했으면 이런 방법까지 동원하나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단편적인 방법으로 세종근무 활성화를 이뤄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만들어진 세종시인 만큼 서울 등지에 있던 행정기관이 옮겨와 자리잡는 것은 서둘러야 할 일이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해 올 초 행정안전부를 끝으로 중앙부처 세종이전이 마무리됐다. 이어 과도한 서울출장 억제 등 세종근무 활성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서울출장은 여전히 빈번하고, 세종으로의 이사를 미루는 공무원들이 상당수다. 주거지를 옮기는, 그것도 아이들 학교와 생활터전까지 바꾸는 일이 쉬울리 없다. 더구나 서울서 지방으로 옮기는 것은 기회 및 활동의 제약과 불편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세종시의 안착은 시대적 과제이자, 우리 사회의 생존 전략이다. 장·단기적으로 수도권 과밀화 억제에 크게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지방소멸을 막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이를 지연, 약화시킬 수 있는 처방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정부부처 세종근무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높은 처방이 내려져야 한다. 갈수록 수도권 집중화와 관련된 상황은 악화되고, 지방을 살릴 시간은 없기 때문이다. 세종 중심의 업무문화를 새롭게 만들고, 정착시키는 것은 이를 위한 도구이자 시발점이어야 한다.

세종청사 근무를 활성화하려면 이곳의 공무원들이 서울행을 쉽사리 줄이지 못하고 서울생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이들이 한결같이 첫 손으로 꼽는 것이 국회다. 간부급의 경우 국회가 열리는 시기에는 일주일에 두번 이상 올라간다고 한다. 월 두차례 가량 열리는 청와대 업무보고도 무시할 수 없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영상이나 서면 보고 보다 대면보고를 원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울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결국 일 때문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인 것이다.

이런 까닭에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바로 서고 국가균형발전 등 제 역할을 하려면 이제 국회분원이 와야 한다. 국회 세종의사당이 건립돼 입법과 행정간의 국정협의 및 추진이 이뤄진다면 관련된 업무와 활동의 상당부분이 이곳으로 내려오게 된다. 더 나아가 대통령 집무실의 설치도 적극적으로 검토·추진돼야 한다. 한 곳이라도 이가 빠지면 제대로 된 역할수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업무 특성상 세종근무가 많고 적음을 따지는 지금의 상황은 불합리하기만 하다. 대신 세종근무가 적은 자리는 힘들고 불편하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 우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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