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때 희망이 보이는 사회다.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로 발전할 거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사회다. 그런 사회라면 나은 미래를 위해서 지금 당장을 희생할 수 있다고 여길 것이다. 지금의 어려움을 참고 감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작년 12월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에 응한 사람들의 대부분(85.4%)이 우리 사회의 소득 격차가 너무 크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격차가 크지 않다고 여기는 경우는 2.7%에 불과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다는 경우가 11.9%였다. 빈부의 격차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크게 느낀다는 말이다. 이는 양극화 현상으로 사회의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노력하더라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의견이 15.3%이고 약간 낮다는 의견은 41.2%에 달해서 56.7%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이 가능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자신의 다음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변할 가능성에 대해서조차 44.9%가 가능성이 없다고 여겼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우리 사회에 불평등과 불공정이 만연해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고 하층일수록 이런 인식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했다. 또한 법집행의 불평등에 대해서도 높은 불신을 나타냈는데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운 사법·행정에 대해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며 고위직에 오르려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고 여긴다는 의미이다.

불공정이 판을 치고 불평등이 높은 사회는 불신이 팽배하게 되고 강력범죄가 증가한다. 묻지마 폭력에 노약자는 거리를 나다니는 것을 두려워 할 것이고 자살률은 증가하게 될 것이 뻔하다. 실제로 OECD 국가 중 자살률은 가장 높고 출산율은 가장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 않은가. 보고서는 '사회가 불평등하고 불공평하며 계층이동의 사다리조차 닫혀 있는 사회에서 사회의 불안과 사람들의 불만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너무 늦지 않게 교육, 노동시장, 가구소득 전반의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 이동의 통로를 재확보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현 정부는 인수위원회를 꾸릴 틈도 없이 시작한 정부이지만 그 동안 쌓였던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의 소득을 늘려서 성장을 주도하겠다는 야심찬 기치를 내걸고 추진해 왔다. 벌써 2년이 지났다. 불공정과 불평등이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사라질 리는 만무하지만 현격하게 줄어들기라도 했는가.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적어도 적폐청산의 기준을 정하고 실행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사람들이라면 그 기준을 지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정부는, 정치권은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멀리 있는 희망이 아니다. 틸틸과 미틸이 찾아 나섰다가 결국은 자신의 집에서 파랑새를 발견했듯이 가까이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우선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대책을 믿고 따를 것이며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여기는 순간 사람들은 소비를 억제하고 닥쳐올 난관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비축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원하기만 하면 일할 수 있고 일정 수입이 보장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면 저절로 소비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서민 경제는 활력을 되찾게 될 것이 자명하다.

희망이란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고 웃음을 띠며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 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에게 드려야 하는 선물은 바로 신뢰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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