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경영 수필가

진시황의 명마를 키우던 양마도(養馬島)의 힘참과 고즈넉한 풍경, 중국 속 유럽풍 바다가 새록새록 그리워진다. 가을이 막 시작 될 즈음 중국 옌타이대학 외빈숙소에 여정을 풀었다. 창밖엔 은사시나무들이 높이 자라 햇빛에 은화가 매달린 듯 빛났고, 바람에 나뭇잎은 스륵 스르륵 문을 열고 들어 올 것 같은 소리를 내며 하늘 향해 춤춘다. 미역 냄새, 바람 냄새가 코끝에 묻어나는 소나무 숲 사이 길을 향해 얼마쯤 걸었을까? 파아란 하늘과 푸른 바다 잔잔한 파도가 만나는 탁 트인 바다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교문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멀리서 온 이국손님을 묵묵히 환영해 주는 바다가 보이는 학교였다. 우리보다 1시간 늦은 중국 땅 낯선 도시에서 천천히 느리게 25시를 사는 사람들 속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며 대한민국 문화사절단으로 행복한 중년을 보람된 시간으로 채웠다.

오래 전 국어시간에 '바다가 보이는 교실'이란 시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매일 유리창을 깨끗이 닦는 착하고 순박한 열이란 학생을 통해 창밖 바다가 한편의 그림이 되고 시가 되는 그런 교실. 말끔히 유리창을 닦는 소년과 그 학생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선이 시의 배경임을 설명해 주며 학생들에게 당부 겸 약속 하나를 받았다.

"창밖으로 바다가 그림같이 펼쳐지는 그런 교실에서 선생님도 꼭 한번 수업을 해 보고 싶다. 먼 훗날 너희들 중 누구라도 바다가 보이는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교사가 된다면, 내륙지역 청주에서 살고 있는 선생님을 일일교사로 초대 해 주렴. 그때는 머리가 하얀 할머니 선생님이 또 다른 어린 제자들에게, 너희들의 선생님이 어릴 적 약속을 지켜,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서 있게 되었다"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업과 함께 그렇게 바다를 꿈 꾸어왔다. 생각은 말을 낳고, 말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습관을 낳고, 습관은 성품을 낳고 좋은 성품은 좋은 인격을 낳는다'라는 말처럼 생각하고 품었던 말의 씨가 현실이 되고 내 인생의 한 페이지 운명이 되었다

이경영 수필가<br>
이경영 수필가

내 작은 바람은 '바다가 보이는 학교' 한국어 원어민교수로 가게 된 것이다. 세계 곳곳에 K-POP과 한류 드라마의 열풍으로 대학에 한국어과가 생기고 한국어를 배우고자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다보니 중국 산동성에 있는 대학 국제교육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교수를 요청하였다. 가족을 두고 홀로 떠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인생의 십일조를 드리고 싶었던 나는 물음표를 던지며 고민하였다. 자녀들의 전적인 지지와 격려, 남편의 외조가운데 타국에서 보낸 체험 삶의 현장은 '나는 아무것도 해 보지 않고 실패 했다기보다는 위대한 일에 도전 해 보고 그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가치관이 나를 지배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그 때가 가장 이른 것이다. 언젠가 나의 작은 헌신이 동토의 땅에서 열매로 결실할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꿈꾸는 대로, 꿈은 이루어진다. '이 나이에 무슨?'하는 사고방식은 소망 없는 삶과 같은 것이다.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삶의 순간마다 나이와 환경을 초월해 자신을 지켜낼 꿈꾸는 자가 될 일이다. 오늘도 나는 인생 2모작을 향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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