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최근의 미세먼지 사태로 불거진 공기질 개선과 관련해 충북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공기순환기 설치 사업이 표류하게 됐다.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65억원에 이르는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인데 다만 유치원과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한 예산 30억원은 통과시켰다. 이처럼 같은 사업인데도 대상에 따라 다른 결정이 내려지자 일각에서는 일관성 문제를 지적한다. 또한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제기된 소음문제는 이미 검증된 부분이라고 반박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이 표류하게된 근본적 이유는 교육청의 어설픈 추진에 있다.

이 사업의 초·중·고교 설치 예산을 삭감하면서 나머지 예산을 통과시킨 것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해당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서 제동을 건 가장 큰 이유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잣대라면 유치원 등도 삭감되는 것이 맞다. 이 주장대로라면 배정된 30억원은 예산낭비가 될 수 밖에 없다. 교육위원회에서 지적된 소음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미 신설학교에서 사용중인 만큼 이를 확인하면 될 일이다.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교육청의 준비가 더 큰 문제지만 도의회에서도 엄한 곳을 붙잡고 있는 지 확인했어야 한다.

공기순환기 설치가 추진될 정도로 우리의 학교 대기환경 문제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돼 있지만 청정기 등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된 교실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한다. 올 3월기준으로 충북의 고교 교실 가운데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곳은 9.3%이고, 중학교는 14.7%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일반 교실이 아닌 특수학급, 보건실 등에 주로 보급돼 있다. 미세먼지 걱정을 덜수 있는 교실이 전체의 10% 뿐이라는 것인데 더 큰 문제는 청정기만 돌릴 경우 이산화탄소가 교실안에 축적된다는 것이다. 공기순환기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연유를 고려하지 않고 나온 지적이 중복투자인데 실제 교실내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청정기와 순환기의 상호보완이 필수적이다. 미세먼지도 있지만 공기순환기를 서둘러 설치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라돈에 있다. 폐암을 유발하는 라돈은 기둥과 벽면·지붕 등 건물토대는 물론 대지와 파이프 등을 통해 환기가 안되는 실내에 많이 쌓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교육청에서 지난해 학교 전수조사를 실시했는데, 기준치를 초과해 정밀조사를 받은 학교 13곳중 10곳이 이번 사업 대상에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들은 올해도 라돈의 위험을 안고 생활해야 한다.

이번 공기순환기 예산 삭감은 이런 사안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가운데 벌어졌다. 여러 문제가 걸려있는 만큼 이를 추진하기에 앞서 충분한 사전준비가 필요했지만 실상은 거꾸로였다. 허술하고 어설픈 준비와 추진으로 인해 이 사업이 표류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상임위에서 '소음이 크다'고 한 교육청 관계자의 발언에 실무자들이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소통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처음 듣는 사업의 관련내용이 오락가락하고 효과가 의심쩍다면 문제를 삼을 수 밖에 없다. 결국 미흡한 준비와 소통 부족으로 당장 꼭 필요한 사업의 발목을 스스로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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