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염승규 옥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얼마전까지만 해도 푸르름을 머금은 봄이 찾아왔는가 싶더니 어느덧 한낮에는 땀이 날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그 열기만큼이나 학생들도 새 학년을 맞아 새로 사귄 친구들과 때론 다투기도 하고 뛰어 놀기도 하면서 어느 시골의 학교풍경과 같이 옥천지역 학생들의 정다움과 설레임 가득한 소리가 학교 길목마다 풍성하게 들려온다.

하지만 도시권 학교에서 흔하게 들려오는 학교폭력 관련 뉴스들을 접해보면 '과연 도시권 학교만의 일일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학교폭력이라도 가해자 입장에서 분명한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난해 교육부에서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의 발생원인 1위는 '단순한 장난'으로 학교폭력 원인의 30.8%를 차지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벌어지는 학교폭력이 적지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학교폭력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까닭을 말해주고 있다.

상당수의 경우 학교폭력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가해자입장에서의 '단순한 장난'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직 어린 학생들로서는 그 행위의 결과와 상대방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장난이라는 자신만의 생각이 문제를 일으키고 학교폭력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 단순한 장난이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라 계속된 괴롭힘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피해자만이 홀로 감당하게 되고, 그 지속된 '장난'이 결국 큰일로 이어지고 나서야 뉴스나 언론을 통해서 그 심각성을 확인하게 된다.

그때서야 우리는 피해자가 그동안 받았을 고통을 미루어 짐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그전에 피해자의 고통을 알았다면 학교폭력을 충분히 미연에 예방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42.5%로 1위를 차지했다.

어른들도 사람마다 같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물며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의 입장이라면 장난으로 건넨 농담한마디도 충분히 또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과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말이라면 그것이 농담이라도 상대에게 아픔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언어폭력 역시 반복되고 지속되면서 피해자의 마음속에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가 되는 것이다.

염승규 옥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염승규 옥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이렇듯 학교폭력 발생원인과 유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학교폭력'의 상당수는 단순하고 의도치 않은 장난에서 시작되어 피해자에게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게 되고, 특히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해 보지 않은 일방적인 행동에서 비롯됐음을 알수 있다.

이같은 학교록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음에 따라 경찰청과 교육부 등을 비롯한 우리사회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올바른 마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다양한 방면에서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차적으로 우리 어른들에 의한 가정에서의 관심과 지도, 주변인들이 내미는 따듯한 손길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피해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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